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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시론-부패척결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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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한보사태가 처리되기도 전에 국세청의 비리문제가 보도되어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세금감면의 조건으로 수십명의 중하위직 세무관료들이 수천만원씩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축소되었던 관료사회의 부패가 다시 일부 공직사회에 만연하여 국가발전에 커다란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정권이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도 말이다.

*윗물부터 썩었는데…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하여 역대 정권은 가지각색의 조치를 시도하였으며, 공무원이 몇만원의 식사대접을 받았다고 파면을 하는 등 가차없이 처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은 부패추방을소리높이 외치던 상층부부터 부패하여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던 것이 전두환정권의 경우였고, 칼국수 먹으며 천하를 벌벌 떨게 하던 김영삼정권의 부패척결의지도 정태수와 김현철의 비리행위로허물어지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조리제거는 제도적인 개혁과 시민운동의 두가지 축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이것도 저것도 아닌 노력은 정권의 인기획득을 위한 정략에 불과했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정권의 핵심지도자들은 천문학적 숫자의 뇌물을 받으면서도 말단 공무원들의 조그마한 부정사건들을 크게 두드려서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해 보려던 과거 정권들의 얄팍한 잔재주는 부조리제거에 대한 냉소주의적 회의감을 확대시키고 부패에 대한 도덕적 수치심마저 잃어버리게 하였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누구나 하는 짓인데 재수 없으면 걸려든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이다. 부패제거를 위한 민간 주도의 범국민적 운동과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긴급하다.

*비현실적 규정 수두룩

김영삼정권은 공직자 재산등록과 공개, 정치자금법,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등으로 부패방지를위한 제도적 장치를 어느정도 갖추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한보사건이나 최근의 국세청 비리사건으로 분명하여졌다. 이들 제도는 모두 공직자들이 쉽게 뇌물을 받지 못하게하는데 초점이 있다.

이들 제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뇌물받는 자들이 뇌물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사태를 없게하고 뇌물주는 자들이 뇌물을 줄 수밖에 없는 경우를 없애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번의 선거비가 몇십억원에 가깝고 한달에 지구당 운영비가 3천만~4천만원에 달하는데 공식활동비는 그 10%%에 불과한 국회의원들에게 깨끗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이 강력한 힘을 지니는 내각책임제를 추진한다면 그결과가 어떨 것인지 누구나짐작할 수 있다.

규정대로 세금을 내면 웬만한 기업은 도산을 하게 되는 세법과 같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이상적인 규정때문에 어쩔수없이 범법행위를 해야하는 경우는 건축, 보건 등의 분야에서 너무나 많다.이렇게 비현실적인 규정들 때문에 누구나 죄를 짓고, 재수 없으면 감방에 가게 되는 것이다. 바로이 때문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언제나 상대편을 죽일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이들 규정들을고치지 않으면 사정기관은 정권의 시녀가 될 수밖에 없고 사회에는 언제나 대규모의 부패가 만연하게 되어있다.

*작은정부 실현돼야

한보사태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기능의 과감한 축소와 분권화의중요성이다. 정부는 가급적 민간 부분에게 일을 맡겨야 하고 권한은 일선 현장으로 내려보내야하는 것이다. 자금의 대출은 은행자신이 결정하도록 실질적인 결정권을 주고 은행감독원이 실질적인 감독을 할 수 있도록 감독권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조치를 취하고도 부패가근절되지 않을 때에는 범국민적 민간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어느것이든 이제는 정치지도자들을믿지말고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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