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검찰소환 사법처리후 정치권

연초부터 국정을 마비시켰던 한보사건을 포함한 시국이 김현철씨의 검찰소환으로 결정적인 고비를 맞고 있다. 김씨의 소환과 구속을 계기로 정치권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게 뻔하다.그러나 이로 인한 경색 정국이 쉽게 풀릴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김영삼대통령의 정권말기를 위협하고 있는 대선자금문제라는 거대한 산이 가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철씨 사건은 그야말로 소산(小山)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선자금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단계에 들어섰다고 볼수 있다.

김씨 구속을 바라보는 여야의 확연한 시각차가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청와대 등 여권은 이를 통해 국면전환으로 유도하려는 모습이고 야권은 대선자금 이슈를 더욱 본격화하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김씨구속 이후의 정국풍향계는 어떨 것인가. 정가는 정국이 여전히 표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어쨌든 여권은 정국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김대통령은 내주중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현철씨와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할 예정이다. 대선자금 문제는 당초부터 상정한 법정비용 초과를 시인하고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또 여당을 급속히 경선체제로 전환, 터널에서빠져 나오려는 속셈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현철씨와 관련된 정부요직 인사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개편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권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야권은 줄곧 대선자금 문제를 내걸고 총공세를 폈지만김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구성(국민회의), 내각제개헌(자민련)요구중에서 어느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야권은 헌정중단 등 정치권의 빅뱅상황을 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철씨 구속으로 아무런 대가도없는 상태에서 뒤로 물러설 수가 없는 형편이다. 결국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솔직한공개와 사과공세를 거두기 어렵다. 이는 정국혼란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야권은 검찰수사결과 대선 잉여금이 드러나면 대선자금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권 역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이 대선자금을 공개못하겠다고 버티면 공세를 강화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압박카드가 별로 없다.

정권퇴진운동을 펼치기도 간단치 않다.

대선국면에 진입할수록 여야대립은 첨예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대선레이스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가 일각에서는 여야간의 정치적 타협이 있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야권의 공세가 의외로 거세고 국민들이 이에 동조할 경우, 대선자금 문제는 또다른 차원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들이다.

정가는 김영삼대통령의 정국해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李憲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