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개혁 조정 최종안 배경.문제점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안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16일최종 확정.발표됐다.

지난 1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발족한 금융개혁위원회가 중장기 금융개혁과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한지 10여일만에 확정된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개편안을 서둘러 내놓게 된 것은 물가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고기능을 재정립하며 금융산업의 겸업화 추세에 부응해 복잡다기한 금융감독체계를 일원화하고 기능별 감독을 활성화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금융자율화가 진전되면서 증대되고 있는 금융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빅뱅'에 부응해 감독방식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姜부총리는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금융질서 근간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중앙은행제도 및 감독체계 개편을 논의해왔으며 부처나 기관간의 권한다툼 차원이 아닌 세계화,정보화의 새로운 질서에 걸맞는 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또 역할을 분담하는 체제, 즉 책임을 분명히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며 규제자나 공급자보다는국민, 금융기관의 이용자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틀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배경하에서 확정된 중앙은행제도 및 감독체계 개편안의 주요골자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중앙은행의 정책결정기구로 규정하고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임하도록 해 통화신용정책을 한은이 전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총리직속으로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한은에서 은행감독원을 분리, 증권.보험감독원 등과통합해 금융감독원을 발족시키되 한은에는 감독기구에 대해 자료제출요구권, 검사요구권, 공동검사권만 남기기로 했다.

이와함께 금통위의장인 한은총재는 정부와 협의해 매년 일정한 수준의 물가관리목표를 설정, 이행하지 못하면 금통위 위원과 함께 정부가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물가계약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통화관리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은 선진국의 추세인데다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통화관리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데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3개 중간감독기관을 통합하는 것도 한보사태이후 문제점으로 드러난 미비한 금융기관간의 유기적협조체제를 보완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중복검사를 미연에 방지하며 감독체계를 일원화한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개혁방안은 그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지적되고 있다.우선 이번 금융개혁방안의 토대가 된 금융개혁위원회의 결정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볼수 있다. 금개위가 지난 5월 중앙은행제도 및 감독체계 개편안을 확정할 때 대다수 금개위 위원들은 불참했으며 일부 참석위원들조차 자신들의 분명한 견해를 밝히지 않은 채 금개위 전문위원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정부가 이같은 금개위안을 토대로 중앙은행제도 및 감독체계 개편안을 확정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는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비서관, 박성용(朴晟容) 금개위 위원장 등과 개편안을 심의하면서 자신들이 소속한 기관의 의견을적극배제한 채 고작 두번의 밀실 회동을 통해 결론을 내렸으며 그 내용은 즉각 공개되지않아 재경원과 한은 관계자들의 불만을 샀다.

적어도 이처럼 중요한 사안이라면 한차례 정도의 공청회라도 거쳤어야 하며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한절차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의견수렴과정이 생략됐다.

일본 대장성은 중앙은행법을 개정하고 감독기구를 개편하면서 상당기간 동안 논의를 거치고 관계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확정한 개편안의 내용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재경원이 공룡부처로 일컬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정책총괄, 법령 제.개정, 금융기관 설립인.허가, 외환.환율정책, 국제금융등 금융정책실의 주요 기능은 그대로 둔 채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문민정부의 목표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특히 신설되는 금융감독원은 초기에 3개 감독원이 인원감축없이 통합됨에 따라 1천5백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비대해져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보다는 오히려 무소불위의 '금융규제원'으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 총재에게 '한은총재를 겸하는 금통위 의장에게 물가관리 목표를 제시하고 정당한 이유없이이를 지키지 못하면 해임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결국 이번 금융개혁안은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은행감독원의분리에 반대하는 한국은행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서는 벌써부터 이총재의 퇴진운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한은 임원과 간부들도 이번 개혁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더욱이 이번 중앙은행제도 및 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국회통과가제대로 이루어질 지 미지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