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6·25 '새 노래'를 부르자

"유해석 〈편집부장〉"

1997년6월25일 흥남부두.

1951년1월4일 흥남부두.

1997년6월25일 지금 북한 '흥남'은 엊그제 부산항을 출발, 우리 민간단체가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대북(對北)구호물자를 실은 국적선 장영호가 입항하는 날이다.1951년1월4일, '흥남'에서는 빗발치는 총알과 밀물처럼 밀려드는 중공군의 인해(人海)에 밀려 국군이 '통일' 일보직전에 물러서야했던 뼈가 아팠던 날.

3년간 계속된 피의 전쟁의 분수령. 끼니를 위한 식량이 도착하는 흥남부두의 '6·25'의 야누스.지금 이 시각 흥남에선 우리가 보낸 밀가루 1천t과 라면10만상자의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51년 6·25전쟁당시 국군이 대규모 철수작전(1·4후퇴)이 펼쳐졌던 흥남.(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목을 놓고 불러 봤다/찾아를 보았다/금순아 어데를 가고…)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6·25'라는 쓰라린 체험을 한 기성세대들의 귓전을 때리는 유행가 가사의 한 소절이다.

그 '바람찬 흥남부두'가 오늘은 '훈풍으로 가득찬 흥남부두'로 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대북(對北) 민간구호물자를 실은 장영호 배옆에 걸린 '남녘의 따뜻한 동포애를…'이라는 플래카드를 본 북녘주민들은 '전쟁가'대신 '희망가'와 '화답가'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북녘당국도 마찬가지이다. 휴전선 철책을 향해 호전적인 대남(對南) 비방방송대신 따뜻한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장영호가 들어오는 희망찬 흥남부두에/애타도록 기다렸다/또~기다렸다/먹거리는 드디어 오고…)라고….

왜곡된 사상의 편린과 빗나간 독선이 얼머나 처참하고 불행한 결과를 불러왔는가를 되씹게 하는'6·25'.

선량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한총련의 폭력사태, 동심과 학부모들의 가슴을 울린 일부 교사들의촌지파문, 비뚤어진 세상들의 한 단면을 드러낸 조직폭력배들의 할거…

이 모두가 우리들의 주변환경이 엄청나게 '잘못된 독소'에 오염돼 있는 현실을 '6·25'라는 시점에서 되돌아 보게하는 대목이다.

여기 또 한맺힌 절규의 노래가 들린다.

대동아(大東亞) 공영이라는 일제(日帝) 망상의 희생양이 된 '훈'할머니의 '잃어버린 50년'.열일곱살 꽃다운 나이에 종군위안부로 내고향 저 푸른 마산을 뒤로 한채 머나먼 캄보디아까지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다 고희(古稀)가 넘어 부른 망향의 노래 아리랑.

전쟁의 상흔을 달래며 흥남부두를 그리며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 타국땅 캄보디아에서 혈육을,고향을 그리며 부른 '아리랑'.

이들 노래속엔 편안히 숨쉬고, 발펴고 잠 잘수 있는 여건을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귀소본능'의한 귀퉁이가 장마전선이 북상,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

'훈'할머니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줄, 우리 모두에게 순백의 마음을 되살릴, 그런 노래를 부르자.2년전에 매일신문과 대구MBC가 '향토사랑 노래말'을 공모, 곡을 붙여 CD와 카세트 테이프로 만들어 각계에 배포했다.

당선된 노래말 제목은 대구는 '내마음의 동성로', 경북은 '우리도 낙동강처럼'이었다.이제 우리는 '전우야 잘자라 굳세어라 금순아'등의 호국·보훈의 의미와 전쟁의 아픔을 새기는노래와 함께 향토애를 고취시키는 발전지향적인 노래도 더 힘차게 불러야 하겠다.동성로에는 젊음과 희망이 넘치고, 낙동강에는 번영과 도약의 물줄기가 흐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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