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특집-세계의 新교통

"21세기엔 자동차가 하늘로 다닌다"

자동차와 지하철은 대도시의 핵심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체증, 대기오염을 유발, 그 사회적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하철 역시 막대한 건설-운영비 부담을 안아야 하는약점이 있다.

대구시의 경우 심각한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지하철 건설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투자비용으로 인해 3호선 이후는 착공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 그래서 대체방안으로 추진중인 것이신교통수단의 도입이다.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는 신교통수단의 연구-개발-운영상황, 교통선진국 모델을 중심으로 조명하고 지역내 도입 가능성을 제시해본다.

△자동차-야누스의 두 얼굴

자동차는 발명품 가운데 인간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계다. 자동차가 처음 개발됐을 때사람들은 경탄의 박수를 보냈지만 아무도 오늘과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수억대의 자동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풍경, 자동차가 없으면 상상하기 힘든 생활, 그야말로 자동차가 지배하는시대 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당초 제공했던 편리함이나 유용함보다 불편과손실을 초래하는 애물단지 로 변했다.

대구시내를 달리는 자동차는 60만대. 그러나 도로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통체증은 이제 누구나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가. 출근길 승용차안에서 빵과 우유를 먹고 화장을 고치는 모습은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다. 교통정체로 인한 대구지역 사회비용 손실은 93년 기준 2천5백억원을 넘어섰다.

자동차가 뿜어대는 배기가스는 대기오염의 60%%를 차지, 시민건강을 위협하는 암적인 존재가 됐다. 90년 이후 대구시 예산의 35%%이상이 도로확장 등 자동차로 인한 문제해결에 투자됐다. 하지만 교통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대구보다 훨씬 먼저 자동차로 인한 문제에 시달려온 세계 선진 도시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규제를 하고 자동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자동차와의 전쟁 에 들어간 것이다.

△신교통수단의 모색-새로운 궤도

자동차와 함께 도시교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지하철이다. 세계 대부분의 도시들은 일찌감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하철을 건설, 운영해왔다.

그러나 승용차는 지하철 건설에도 위축되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교통지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경우 22개 지하철 라인이 도시 전체를 거미줄처럼 엮었지만 늘어나는차량에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지하철이 도시교통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 으로 결말났다.

70년대 외국도시들은 지하철과는 별도로 도시 곳곳에 고속도로(highway)를 건설해 나갔다. 도로율을 높여 차량증가에 대비하자는 것. 이 역시 정답 이 아닌것으로 드러났다.이같은 시행착오가 거듭되자 일부 학자, 기술자들은 지하철이나 도로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교통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술적인 뒷받침이 안돼 논의에만 그치던 신교통수단은 80년대 컴퓨터의 급속한 발달, 선형모터(linear motor) 본격개발 등으로 구체화됐다. 현재 세계 곳곳에 개발, 신교통수단으로 운영중인 시스템은 무려 30여종. 연구중인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이들 신교통수단은 한결같이 독자적인 궤도를 가지고 있다. 도로교통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확한시간에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다. 얼핏 자동차의 발달로 입지가 축소된 철도교통으로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신교통수단들은 차량운행을 완전자동화함으로써 무인운전을 추구하고 있다. 신교통수단이 일반적으로 APM(Automatic People movers)이나 AGT(Automatic Guided Transit)로 불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궤도는 지하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상공간에 건설된다. 차량은 궤도위를 달릴 뿐만 아니라 궤도에 매달려 가기도 한다. 크기 면에서는 택시와 같은 3, 4인용에서부터 버스 1대~여러대 크기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복합교통의 시대

신교통수단은 기존 자동차나 지하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의 보조교통수단일 뿐이다. 도시내에 완벽한 대중교통망을 구축함으로써 개인용 차량의 운행을억제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

이미 신교통수단을 도입, 활용하고 있는 세계의 도시들은 교통수단을 한층 복합화함으로써 시민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고 있다. 신교통수단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주차장을 갖추고 어김없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 연결된다.

프랑스 릴르 시의 경우 릴르역에는 신교통수단인 Val과 함께 철도인 Rer이 지나고 고속철도TGV를 탈수 있다. 버스, 택시정류장과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주차장까지 모두 모여있다. 한번만바꾸어 타면 원하는 목적지 어디든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교통수단은 대부분 궤도를 고가화, 기존 도로교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하에는 지하철, 지상에는 자동차, 위로는 신교통수단이 운행함으로써 도시공간의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신교통수단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지상도 지하도 아닌 공중일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우리의 발 이 될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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