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겉과 속'

함께 길을 걷던 거사(남자신도)가 "스님, 저기 오는 여자 꼬락서니 한번 보이소. 족제비처럼 생긴주제에 꼴값 떨고 있지요

아뿔싸, 나는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다 큰 처녀가 허연 배꼽을 드러내놓고 보무도 당당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팬티 한장만한 미니 스커트, 아슬아슬하게 걸쳐 입은 셔츠, 보는 내가 오히려 부끄러워 얼른 고개를 돌렸다.

요즘, 일부 여성들은 자기를 나타내 보이려는 모습이 처절하다. 그냥 다 벗고 다닌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모양에 너무 집착하는 것을 금강경에서는 아집(我執)이라고 하는데 더러보면 아집의 깊은 병에 걸린 젊은이들이 있다. 지나친 아집은 일종의 인격장애이다. 편집적인 인격장애인것이다. 불감증에 걸린 자기노출의 저급한 행태는 정상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개성이니, 자유니하는 한계를 넘어서서 공동선의 추구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가꾸려고노력하는 것은 입댈 일이 못된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벗는 것은 오히려 매력적이지 못하다.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여자는 여자라는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얼마전에 방송일 때문에 한 PD를 만났더니 그날 따라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나는 "참 야한 옷차림입니다 하고 칭찬을 한 적이 있다.

사향노루의 향내음은 굳이 바람앞에 서지 않아도 은근히 온 산천에 퍼져 나간다. 겉모양의 자신은 극히 일시적이고 단순하나 그 겉모양에 신경쓰는 절반의 힘을 자기 속사람을 가꾸는 일에 신경 쓴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여성이 되지 않을까?

파스칼은 인생의 두 양면을 빗대어 "인생은 우주의 영광이요 또한 우주의 오욕이다 라고 하였다.겉사람보다는 속사람을 알뜰하게 가꾸는 여성들이 그리운 계절이다.

〈영남불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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