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북한 달래기

'기약없는 이별'.

어느 소설제목과도 같은 이말은 한반도 4자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등 4자가 현재 안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4자는 지난 18, 19일 뉴욕에서 4자회담개최를 위한 이틀간의 예비회담을 가졌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후속 모임의 일정마저 잡지 못한채 헤어졌다.아쉬움을 넘어 극도의 실망을 안겨준 이번 회담 결과는 그러나 그리 가슴 아파할 필요가 없을것같다. 남북대화, 남북관련 회담은 으레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을 안겨준 이번 회담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을것 같다. 답보를 거듭하며 때로는 절망감을 안겨주는 남북관련 모임을 보노라면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게 당연지사이지만 이같은 만남도 길게보면 무언가 결실을 거둘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에너지개발지구(KEDO)가 지원하는 북한내 경수로사업이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면서도 끊임없는 인내심의 결과성사된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을 상대하며 '인내뒤의 열매'라는 법칙을 터득하기는 미행정부가 우리에 못지않을것 같다. 미국은 남북한과 미국과의 3자 모임등에서 북한이 제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결코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엄밀히 말하면 남북한 문제의 '제3자'인데도 북한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달래는 지극한 '정성'을 아끼지 않아 우리측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요즘 우리측의 협상대표단도 예전같지 않아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갈데까지 간 북한의 위기를 이제는 우리가 '관리하는'입장에서 북한문제를 봐야한다고 말하기도한다. 특히 4자 예비회담은 이렇다할 남북대화가 없는 현 상황에서 중요한 대화 매개체이자 미,중과 만나 한반도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4자의 만남 그 자체도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우리측은 설명한다.

남북문제 논의에 인내심이 대단히 중요한 미덕임을 대변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문제는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려깊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 요구된다 하겠다.

〈뉴욕·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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