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4일 신한국당 총재직을 사퇴, 40여년 정치역정을 사실상 정리했다.이날 오후 조홍래(趙洪來)청와대정무수석을 통해 당에 총재직 사직서를 제출한 김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개인적인 감회는 애써 자제하고 조수석 편에 "이회창(李會昌)대표를 중심으로30일 전당대회를 일사불란하게 잘 치를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하라"는 당부만 전했다고 한다.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을 법한데도 언급을 아끼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총체적 위기감이가득한 지금의 신한국당 사정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30일 대구 전당대회에서 이대표가 신임총재로 선출되면 명예총재로서 남게 된다. 전대(全大)이후에도 김대통령은 이대표를 지원하겠지만 총재직을 갖고 있을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우선 주례보고라는 정기적 회동이 없어지면서 당과의 연결고리가 끊긴다. 대통령과당 총재, 서로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해도 공식적인 모양새는 갖추기 어렵다.김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의 사임사를 통해 정치생활 40여년을 마무리하는 심경과 소회를 피력하고 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 신임총재를 중심으로 정권 재창출을 해나가는데 최선을 다해 나가자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총재직 사퇴이후 김대통령은 공정한 대선관리와 함께 임기말 현안인 정치개혁입법과 당면한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안보강화 등에 혼신의 힘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는 신한국당 내분 양상과 '이회창호'의 표류에 김대통령이 과연 끝까지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의 시각은 엄존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이사를 한 박찬종(朴燦鍾)고문이 인사차 청와대에 들러 "이대표로는 어려운데 어떻게 하실겁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김대통령이"탈당은 하지 말고 좀 더 기다려 보라"고 했다는 대목이다. 한마디로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김대통령의 의중과 관계없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와 함께 "이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른것 아니냐"며 '후보사퇴론'까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의 혼란이 진정기미없이 이어지고 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경우 김대통령이 신한국당을 탈당, 완전중립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총재직 이양을계기로 김대통령이 이대표와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여권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측은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퉁명스런 반응을 보이면서 이제는 김대통령이 직접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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