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어 홍수 한글실종

'원료 불출용 리클레이머', '건타입 가스공급방식', '키홀 홈붙이 충격시험편', '와이어로프 소선되풀기시험', '다이렉트본드 내화물', '자기테이프식 탐상법'….

철강, 전기·전자등 주요 산업의 국내 기술력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으나 산업계에서 사용하는말은 영어 일본어등이 뒤섞여 뜻을 알 수없을 정도로 국적을 상실, 쉬운 우리말로 고치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특히 이들 국적불명의 용어는 국민들의 과학생활화에도 큰 장벽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이나기술의 해외수출시 국력과시에도 장애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세계 최고수준에 올라선 철강업의 경우 일본 미국등의 국가로부터 초기기술을 들여오는 과정에서부터 핵심용어를 그대로 도입, 고로(高爐·용광로)·코크스(구운 유연탄)등 우리말로 가능한 외래어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 전기 전자등 첨단산업은 정도가 더욱 심해 고데기(땜질기)·스위칭네트워크(교환기)·멀티플(다중접속기)등 간단한 용어조차도 우리말은 듣기 어렵고, 컴퓨터 관련용어는 거의 전부가 외국어나 외래어이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화과정을 거친 일본이 처음부터 대부분의 외래 산업용어를일본말로 고쳐 사용하고, 첫개발 상품이나 기술은 반드시 자국어로 홍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경명총무팀장은 "전문용어에 외국어가 많은 것은 산업화초기 해외유학파들이 큰 생각없이 산업용어를 그대로 도입한데서 비롯됐다"며 "무턱대고 외국어를 많이 쓰는 사람이 실력가로 치부되던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새로운 기술이나 품질을 개발하거나 도입 과정에 국어학자를참여시켜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력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할시점이 됐다"고 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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