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화제-너무나 짧았던 하루

1년만의 외출. 장애인들이 숱하게 있지만 이들은 두가지 이상 장애를 가졌다. 중복장애아동·장애인 보호시설 선명요육원(원장 강영진·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아이들이 23일 가을소풍에 나섰다.다닐 수 있지만 생각할 수 없어 집안에서만 있어야 하고 사고능력이 있어도 장애가 너무 심해 세상구경을 할 수 없다. 대다수는 정신지체에 뇌성마비, 자폐, 언어장애 등을 겸한 아이들이다.요육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91명이지만 이 날 소풍에는 60명만 나왔다. 나머지는 바깥에도 나올 수 없는 중증이다. 잠시라도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활 할 수 없어 소풍에 따라나선 보육사,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65명.

온종일 응얼거리며 돌아다니기만 하는 원수(11). 놀이열차를 타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 번시작하면 그칠 줄 모르는 습관때문에 한참동안 땅에 엎드려 다시 타기를 고집한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 아름이(6)도 놀이기구에서 떠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은 그나마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지운이(9)는 말도 할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다. 정신지체, 운동장애,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수민이도 마찬가지다. 이 날 외출한 아이들 중 50여명은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아이들이다. 생활지도교사 김수정씨(24·여)는 "자연을 느끼며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감각이 없는 아이들이 많지만 세상구경을 할 권리는 있지요"라고 말한다.

보육사들이 없었다면 이들은 영원히 버림받았을 지 모른다. 일년 3백65일을 장애아동과 웃고 울면서 박봉으로 자신을 던지는 사람들. 일주일에 두세번 경주에서 대구까지 봉사하러 오는 이경제씨(27·전도사)도 소외된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이씨는 오히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들어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라며 "힘든 쪽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바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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