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시장 위기 정부대책 막연

정부는 금융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과연 있는 것인가.

28일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이번 금융위기의 수습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대책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정부 스스로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금융시장은급박하게 붕괴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의심받는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정부는 그동안 주식값이 폭락하거나 환율이 뛸 때마다 걱정없다는 말로 일관해왔다.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하기 때문에 멕시코나 동남아와 같은 외환·금융위기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자신은 이번 금융위기로 허장성세임이 드러났다. 지난 7월 기아사태가 터진 이후이러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감지됐으나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인 것이었다. 일례로 정부는 환율이 달러당 9백원대로 진입하자 9백원 내외에서 환율을 적극 방어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과는 9백50원대로의 진입이다. 말로만 방어하겠다고 했을 뿐 외환시장 개입 등 적극적인방어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이다.

또 주식시장의 불안은 기아사태가 주원인이라는 판단아래 정부는 기아노조를 포함한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정관리라는 초강수로 기아사태를 일단 해결했으나 주식값은 대폭락으로 화답했다. 결국 주식시장 불안의 주원인은 기아사태가 아니라 기아사태로 대변되는 한국경제의 총체적불안이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지금의 금융위기는 정부의안이한 상황판단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홍콩과 동남아 금융시장의 불안만으로 국내 주가폭락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정부의 대책=주식·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놓은 상태이기때문에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재경원은 증시부양을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검토중이나 현재로선 연·기금등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매입을 독려하는 방안에 그치고 있다.

28일 재경원 실무자사이에서는 지난 89년 12·12조치와 같이 투신사에 한은특융을 지원해 주식을사들이도록 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으나 간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한은특융은 새돈을 찍어내는 본원통화의 증가라는 점에서 이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 였다. 또 한은특융은 모든 증시부양조치가 효과를 상실했을 때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안기금의 부활도 논의됐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입으로 폐지한 마당에 또다시 이를 설치한다는 것은 무리가 많다.

외환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27, 28일만 해도 달러당 9백40원선은 오를만큼 오른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28일 원-달러환율은 9백57.60원으로마감됐다. 연말께 달러당 9백50~9백60원선을 형성할 것이라는 외환전문가들의 예측마저 비웃는결과였다.

이와 관련 재경원은 현재의 환율이 물가수준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을 넘어선 상태라며 환율의추가상승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문제는 환율방어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외환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개입 밖에 없는데 그개입의 수단인 외환보유고는 3백억달러를 밑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한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긴급재정명령 등 비상조치를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묘수가 없기때문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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