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개위보고 내용 의미

노개위(勞改委)가 7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보고한 5개 개혁방안은 일단 실행가능성을 떠나나름대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는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 상황에서 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공포된 새 노동관계법이 복수노조 전면 허용을 대원칙으로 표방하면서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시점을 오는 2001년 12월31일까지 유보한 점에서 읽을 수있듯이 이 문제는 노동법개정논의 과정에서부터 노사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맞섰던 대목중 하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조직 노조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조에 사용자에 대한 포괄적 단체교섭권을부여한다는 노개위의 보고는 일견 알맹이 없는 결론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계가 모든 노조에 자율교섭권을 줘야 한다며 교섭창구 단일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해왔고 경영계는 조직 노조원이 아닌 종업원 과반수의 대표성을 교섭대표 노조의 필요조건으로 고집해온 점 등을 감안하면 결코 쉽게 내린 결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개위가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비록 공익위원들의 다수의견 성격으로 보고된 것이기는하나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시 가장 우려되는 난제를 명쾌히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있다.

산재보험을 4인 이하 사업장과 금융·보험업종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근로자 권익신장과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성 확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개위가 이번에 근로기준법의 전사업장 확대적용에 맞춰 산재보험도 4인이하 사업장까지 확대적용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배경에는 더 이상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없다는 사회보호적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노개위는 시행에 따른 보완장치로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산재보험 확대적용 시점을 오는 2001년으로 늦추고 현재 산재보험기금에서 출연되는 재해예방기금을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금융·보험업의 경우 재해율이 낮고 업무상 재해에 대한 자체 보상제도를 운영한다는 이유로그동안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왔으나 금융·보험업과 재해율이 비슷하면서도 현재 당연가입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는 사무서비스 업종 등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노개위가 이번에 현행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산재보험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은 재경원등 일부경제부처들이 추진중인 산재보험 민영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민영화를 주장하는 재경원 등은 독점체제로 운영되는 현행 산재보험 제도가 적정보험료 부과기능과 자율적인 재해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개위는 민영화에따른 기업주 부담증가와 보상수준 저하 등을 더 심각한 부작용으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이밖에 노개위가 이날 보고한 근로시간, 휴가, 휴일제도 개선 방안과 여성고용 확대 및 보육서비스 확충 방안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제시됐던 원칙적인 수단들을 모아 놓은 수준에 그쳐 큰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청와대 보고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공무원노조의 허용 방안과 근로자파견제 도입문제 등이 노개위 내부견해차로 유보돼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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