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보수정치의 종말

보수정치판의 이합집산을 놓고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럽다는 반응과 함께 이번엔 정말 누구를 찍어야 하느냐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나는 일년 전부터 교수휴게실에서 한국정치판의 해설로 교수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편이다. 내각제로의 개헌이야기나 이합집산의 최종 결말에 대한 예상을 명쾌하게 제시해 정치해설의 십단이라는 명예까지 얻었다. 많은 교수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보수정파와 두목들의 행태에 난감해 하기 일쑤다. 그때마다 내 해설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의 정치판을 보수정치꾼들의 권력 다툼이나 개인적 야욕의 난장판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극히 부분적인 일면적 이해에 불과하다. 권력 구조의 개편을 강제하는 힘은 정파들의 이해에 있기보다는 한국 자본주의의 생존 전략에 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무한경쟁을 뚫고 생존하기위한 자본의 전략은 효율성에 근거한 자본의 법칙을 우선하면서 경쟁에 뒤쳐진 독점자본을 무너뜨리고 공룡같은 독점자본을 더욱 살찌우게 한다. 이러한 자본의 재편은 권력의 재편을 요구하고고효율 저비용의 권력 구조인 권력분점체제(내각제유형)를 만들어 간다. 따라서 보수권력의 연합적 질서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자본의 안정적 축적을 이루어 낼 수 없다. 그런점에서 내각제와 대통령중심제의 대립구도는 실질적 대립이 아닌 선거전략상의 반대전선일 뿐이다. 영구적으로 자본의 이해에 복속하는 보수 정치권력을 보수대연합의 기본틀에 은폐시키면서 권력분점의 지분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권력투쟁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DJP는 바로 이러한 보수권력연합의 한 유형이다. DJ는 공고한 지역 기반을 갖은 최대 정파이지만 권력분점을 하지 않고서는 집권할 가능성이 없다. 원래 보수세력이지만 비토그룹때문에 지역기반이 다른 유신분당과 손을 잡고 민주화투쟁의 성과를 헌신짝 같이 버리며 2년짜리 대통령을하겠다고 한다. 이른바 정권교체론자들은 어떠한 명분과 논리로도 민주·진보세력에게 자신들을정당화시킬 수 없게 되었다. 인간적인 연민의 정을 가진 사람은 마지막 노년을 마무리하게 하자고도 한다. 딱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3김청산을 내세우는 신한국당은 어떠한가. 민주계의 양동작전으로 고립화되고 있는 민정계는 5·6공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군부독재세력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DJP와 반 DJP의 양극화 속에서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집권당이라고는 하나 5·6공세력이나 이에 동조하는 극우세력만으로는 집권은커녕 제3세력의 지분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의 국민신당은 민주계를 중심으로한 반 DJP의 총결집으로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YS당을 극복할 수 없는 필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3김청산과 세대교체를 말하지만 3김연장과 불안한 흉내꾼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 개혁을말하지만 반개혁이요 젊음을 내세우지만 독선과 기회주의가 복합되어 있다. 더구나 경선에 불복한 비민주적 행태와 박정희 흉내내기는 우리를 섬뜩하게 만든다. 반 DJP의 이합집산은 곧 완료될 것으로 보이며 YS와 DJ의 마지막 승부로 한국의 보수정치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보수정치세력 중에서 어떤 세력과 인물을 택하든지 이 나라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재편되는 독점자본과 분점되는 보수권력의 밀월이 지속되면서 노동자·민중 그리고 진보세력은끊임없이 전개되는 억압과 지배 아래에서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희망의 선택은 있다. 2자구도건, 3자구도이건 보수세력 그리고 독점재벌과 맞서는 진보세력과 노동자·민중의 정치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보수정치의 추악한 말로를 깨닫고분연히 일어서는 진보정치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때가 되었다.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인 우리 스스로를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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