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라디오" 정기개편 때면 수많은 프로그램이 없어진다. 운이 좋아 살아남더라도 담당PD가 바뀌면 제목이나내용도 따라 바뀌는 게 일반적인 현상.
올해로 만 30년째, 라디오와 TV를 통털어 지역최장수 프로그램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대구MBC 라디오의 '달구벌 만평'은 그래서 더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달구벌 만평'이라는 이름 그대로 67년 4월부터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서울의 '오발탄', 부산의 '자갈치 아지매' 등 다른 시사가십 프로그램이 군사정권의 철퇴를 맞아 사라지는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대구MBC의 '얼굴'이다.그동안 성우 탁원제, 김경호, 이대희를 거쳐 현재는 홍문종씨가 마이크를 이어받고 있다. 방송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초창기에는 보도국기자들이 취재해서 작성하는 '달구벌 만평'의 원고를성우들이 직접 만드는 것으로 청취자들이 착각하는 바람에 웃지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특히 김경호씨는 69년부터 83년까지 진행자를 맡으면서 명절 때마다 고급공무원들이 선물을 보내오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만 '가짜 김경호'가 망우공원 일대에서 30여명의 10대 소녀들을 상대로 희대의 사기극을 벌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구수한 성대모사로 인기를 얻고 있는 현 진행자 홍문종씨는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을 비난하는 방송을 한 날이면 '표정관리'에 신경이 쓰인다고.
이제는 오래된 친구같은 '달구벌 만평'.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많은 대구시민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달구벌 만평'이 예전의 '날카로움'을 잃고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14년째 진행하고있는 홍문종씨도 "방송환경은 오히려 좋아졌지만 갈수록 '칼날'이 무뎌짐을 느끼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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