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한심한 외제 사치·낭비

우리의 과소비와 사치낭비가 요즘 경기침체로 다소 주춤한 것 같으나 이것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도 자연히 양적으로 팽창하지만우리의 소비가 과연 소득수준에 맞는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보호원이 1일 국민들의 소비형태를 외국과 비교 분석해 발표한 '소비실태 국제비교'를 보면 근검절약을 모르는 사치와 과소비행태의 소비문화가 경제주권을 빼앗긴 원인임을 알수 있다.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준으로 일본(84년)과 우리나라(95년)의 1인당 소비재 수입액은 일본이 49달러였던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보다 3.4배가 많은 1백65달러였다.

4백ℓ이상급 대형 냉장고의 판매비중도 일본(94년기준)은 23%에 불과했으나 우리나라는 55.9%에달해 일본의 2배에 육박했으며 냉장고와 세탁기의 대체주기(95년 기준)도 미국이 각각 15년, 13년이었으나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7.1년, 6년만 쓰고 버리는 형편이다.외제선호도 93년이후 극에 달해 수입의류는 연평균 62.4%씩 늘어나 지난 96년 수입의류에 대한소비지출규모가 전체수입품(14조8천1백여억원)의 19%인 2조8천2백50여억원으로 추산됐다. 술도양주의 소비량이 폭증해 96년 양주수입액이 2억5백30만달러로 지난 91년이후 연평균 37.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3년간 도시근로자 가구의 외식비지출도 연평균 18.1%씩 증가, 지난 96년 총소비지출가운데외식비의 비중이 10%로 일본(4%)의 2배가 넘었으며 1인당 해외경비도 1천6백12달러로 선진국인독일(6백40달러), 미국(9백37달러)보다 많아 분수를 모르는 소비행태를 보였다.이것뿐이 아니다. 청소년들까지도 외제병에 걸려 가방, 배낭까지 외제 일색이며 외제 청바지라면쓰레기라도 마다 않는다. 수백만원하는 양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미국의 도박장에는 수백만달러를날린 한국인이 판을 치고 외환위기로 나라가 흔들릴때 달러 사재기에 힘을 기울인 기업과 개인도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라경제가 어려울때는 국민들이 사치와 낭비를 자제해야한다. 일본국민들은 불경기가 닥치면 스스로 해외여행을 삼간다고 한다. 소득이 줄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절약이 요구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동참한다는 뜻이 크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를 거울삼아 국민모두가 근검절약해야겠다. 벼랑끝에 몰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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