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빈과 금욕 수도원은 이런곳

"저기서 트랙터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수사님이세요"

8일 오후 왜관읍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 대구MBC가 성탄절 특집으로 제작하고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가제.연출 채재휘.촬영 하수목)'의 촬영현장인 농장은 마치 '전원일기'의 촬영장같았다. 검은 수도복 대신 벙거지와 낡은 잠바 차림으로 거름더미를 헤짚고 있는 수사들."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역시 수사가 돼서 땅을 일굴겁니다" 일손을 멈추고 포도주잔을 건네며 박루까 수사가 말을 이었다. "기도가 신을 향한 것이라면 노동은 자신을 향한 수도니까요"MBC 제작팀은 베일 속에 가려진 수도원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특히 방송 최초로 수도원의 클라우수라(Clausura-여자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금역구역) 내부를 촬영하는데 성공,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계획이다.

"기도와 침묵에서 보여지는 '지독한 고독'과 휴식과 노동시간의 '화기애애한 공동체생활'이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어 놀랐습니다" 제작진의 귀띔처럼 오후8시 마지막 기도가 끝나면 다음날새벽5시까지 수도원은 산중 암자보다도 더한 침묵과 고독에 잠긴다. 분도출판사(분도는 베네딕도의 한자표기), 인쇄소, 목공소, 공예실, 양로원 등 각자의 영역에서 '즐거운 노동'을 하고 있는 수사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채재휘 PD는 "청빈과 금욕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는 수도원의 생활은 개개인의 종교에 상관없이요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수도자들의 도피처' 정도로 오해하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수도생활의 의미를 올바로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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