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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이 그립다

해와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한다는 토함산, 널푸른 동해위 눈부신 해가 떠올라 오고 한폭 그림같은 붉은 해가 토함산을 이별할 때면 '토함'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짙은 안개로 무인년 새해일출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석굴암 부처님 미소앞에서 묵은 번뇌를 비우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려본다. 김대성의 지극한 효심어린 신라예술의 결정체, 그래서 당당히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석굴암을 뒤로하고 발길을 영지로 돌린다. 아사달 아사녀의 눈물 고인 염지뭇에 다다르니 오늘따라 잔잔히 아사녀가 그토록 기다려 마지않던 석가탑의 그림작 아련히 비칠 것만 같다. 팍팍한 시멘트 가루 날리며 을씨년스럽게 서있는 용지못가 콘도공사장에 서둘러 구불구불 주령고개 넘으니 대종천물줄기 따라 감은사에 닿는다.

불심의 힘을 빌어 왜구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서원만큼이나 장대하고 늠름한 두 석탑이 참배객을 압도한다. 신문왕은 동해의 호국용이 된 아버지 문무왕이 언제든 드나들도록 법당 및 마루에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문무왕은 "내 죽은 뒤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키리니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 화려한 능묘는 공연한 재물 낭비이며 인력을 수고롭게 할 뿐 죽은 혼은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숨을 거둔 열흘뒤 불로 태워 장사지낼 것이요, 초상 절차는힘써 검소와 절약을 쫓아라"고 유언했다.

역대 통치자들이 문무왕의 넋을 조금이나마 기리는 마음이 있었다면 오늘처럼 민족분단과 경제신탁통치라는 비참한 역사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일신라의 수호신으로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이 신문왕에게 내렸다는 대나무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은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질병이 없어지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홍수가 지면 비가 그치고 바람과 물결을 잦게 하였다 하니 오늘 이 땅은 그 피리소리 간절하고 문무왕을 닮은 난세지국의 수호신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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