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새 풍속도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전락한 이후 달라진 게 많다. 사무처요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정도로내핍생활을 하고 있고 지구당과 의원회관도 돈때문에 고충이 크다. 야당이라고 중앙당사는 물론의원회관방에도 찾아오는 이가 뚝 끊겼다.

그런데 또다른 중요한 변화가 있다. 보스도 없고 모셔야 할 상전도 없다보니 의원들이나 중진들이자연 당의 중심이 되고 어느 때보다 제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의원들이 최고인세상이 된 셈이다. 여당할때 청와대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거수기 역할때와는 전혀 판이하다. 돈은 다소 궁핍해도 정치할 맛은 더 난다. 이상득(李相得)원내총무는 작년말 재경위소위에서여야 합의로 금융감독기구를 재경원 산하에 두기로 했으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강력한요구로 총리실로 이관시켰을때 사실상 이총무의 혼자 판단에 의해 수정,처리되어 버렸다.또 그는 올들어 국민회의측이 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 도입을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전격 제의하자"다급한 상황에 이해가 간다"며 이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예전같으면 고위당직자들의 논의와 지시가 있어야 하지만 요즘은 총무의 결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과거 여당시절에는 당대표는 물론 원내총무,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당3역은 청와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실상 허상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실제로 요즘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원내총무를 경선으로 뽑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면 경선으로 뽑힌 다수당 원내총무는 막강한 요직이 될 게 틀림없다. 김덕룡(金德龍)의원계보 소속 일부 의원들은 김의원에게 원내총무 출마를 권할 정도다.

이강희(李康熙)환경노동위간사가 7일 기자실에 나타나 국민회의측의 금융기관 정리를 위한 정리해고법처리 요구와 관련, 몇차례나 자신의 말이 당론인 것처럼 하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초선의원이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거론된 내용도 아닌 것을 본인이 직접 당론이라고 주장한 일이 이전에는없었다. 그만큼 평의원들의 말발이 세졌다는 뜻이다. 평의원들도 통제와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그 분야 전문가라면 이제 자신의 입장을 뚜렷이 밝힐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의원총회가 한나라당의 사실상 중요한 의사결정기구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최근 김윤환(金潤煥)고문의 개인사무실에는 현역의원들은 물론 깜짝 놀랄 일이지만 지역출신 민주계인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의 최고실력자이기 때문이다. 전에는 대통령이있었지만 김고문위에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김고문은 지난 총선때 신한국당의 대표였지만 공천과정에서 허깨비였다. 당시 김현철씨가 주물렀고 겨우 대구경북지역일부만 손을 댈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한나라당내 중진들이대구경북지역은 김고문의 땅이라고 아예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들이다. 다시 말해 김고문은여당대표할때보다 오히려 실질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당내 영향력을 전국전체로확대하기 위해 지도부 경선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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