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밤 압도하는 공포의 킹덤

'킹덤'의 심야영화 '열풍'이 대구를 찾는다.

'열풍'이라고 한 것은 서울과 부산에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 때문. 수입사(미주영화사) 조차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다.

상영시간 4시간 39분. 음산하고 질척거리는 컬트적 내용, 익숙하지 않은 덴마크영화. 상영관조차잡기 힘든 갖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회매진되는 '특이한' 현상을 일으키며 심야영화라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었다.

상영은 1일 3회. 오후 1시, 6시 밤 11시10분. 심야영화의 종영시간은 새벽 4시. 새벽 2시쯤 10분간의 인터미션(휴식시간)이 있다. 서울의 경우 낮 시간보다 심야에 더 많은 관객들이 몰렸는데 으스스한 영화분위기를 극대화할수 있고 영화를 보면서 밤을 새는 색다른 체험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무대는 덴마크 국립병원인 킹덤. 1백년의 역사처럼 갖가지 음침한 사연을 갖고 있다. 신경외과병동 엘리베이터 안. 심령학에 조예가 깊은 할머니 환자가 환청처럼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생아로 태어나 의사인 생부에 의해 도살돼 병원을 떠도는 마리의 영혼이다. 매일밤 정체를 알수 없는 앰뷸런스가 병원으로 달려오고, 장난스런 한 의사가 자른 시체의 머리가사라지고, 광적인 의사가 연구를 위해 종양환자의 간을 자신의 몸에 이식한다. 메스와 수술대, 음산한 병원복도, 귀신같은 환자들의 표정, 각종 장기표본들.

카메라는 등골이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원한 맺힌 마리의 영혼을 찾아 헤매는 할머니 환자를 따라간다.

과장과 특수효과, 피가 철철 흐르는 호러무비(공포영화)와는 달리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도입,초현실의 세계를 마치 현실의 것처럼 느끼게 한다. 시종 흔들리는 핸드헬드(들고 찍기) 카메라의앵글, 노란색과 붉은 색으로 일관되는 배경색이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유로파'(91년) '브레이킹 더 웨이브'(96년)의 라스 폰 트리에감독이 94년에 만든 이 영화는 '의사들''영혼의 목소리''타인의 육신''살아있는 시체'등 4단락으로 구성된 TV시리즈물. "상업적으로만들었다"는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5시간에 가깝지만 카메라를 따라 병원복도를 헤매다보면 어느새 새벽이다.

참고로 심야영화를 즐기려면 영화관 복도를 끼고 앉는 것이 편하다. 다리를 쭉펴고, 널찍하게 볼수있는 상영관(대구극장)의 좌석은 나, 다열 64-70번, 가열 73-80번, 라열 73-80번 좌석이다.〈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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