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는 궁핍하다. 실제 해외를 다녀봐도 독일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기만해도 짙은 숲들이 풍요로워 보인다. 반대로 페루나 몽골의 메마르고 벌거벗은 산 모습은 그 나라 사는 형편만큼이나 궁핍해 보인다.
우리 국민소득이 북한보다 못했던 60년대 후반 시절까지만 해도 페루나 몽골같은 빈상(貧相)의 산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날 남한의 산들이 이만큼이나마 울창하고 부티나게 우거지도록 치산의 기틀을 잡은것은 누가 뭐라해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이었다. 박대통 령이 첫 산림녹화사업을 시작한 곳은 경북 영일군 태백산맥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오면 맨먼저 외국인들의 시선이 가는 자존심 상하는 치부였다.
그의 특유한 민족주의적 자존심은 70년대초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계획을 세울때도 바로 그곳에서 부터 식목을 했고 식목도 4월 5일 식목일 하루에 한정하지 않고 '국민식수기간'으로 확대, 1개월간 지역별 식수 적기를 감안해 심는 대규모 국민식수 운동을 전개했다. 이어 79년 시작된 제2차 치산녹화때는 포플러 만을 무려 6억그루 를 심게 했다. 그러한 그의 산림녹화 집념이 오늘날 어느쪽 비행항로로 입국해도 푸른산을 볼수있는 부(富)티나는 국토상(相)을 이뤄 낸 것이다.
그러나 30년에 걸려 일궈낸 값진 자산이며 후세에게 물려줄 가장 자랑스런 유산인 우리의 숲이 최근 IMF를 핑계로 마구 잘려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유류값이 오르면서 수십년된 나무들이 농촌의 땔감과 목재 보일러용으로 수종과 수령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도벌되고 있 다는 보도는 숲과 자연환경의 섭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을 아연케 한다. 농촌의 산림 도벌이유는 간단하다. 기름값이 비싸니까 공짜로 베다 쓸수 있는 동네 뒷산 나무를 때겠다는 것이다. 나무를 베다쓰면 기름을 아끼는 거니까 IMF 극복이라는 논리도 내건다.
IMF로 농촌 역시 매우 어렵다는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러나 산 가까이 산다고 해서 손쉬운대로 나무를 마구 베도 좋다고 동의해준 국민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목재소비량은 매년 1천만㎥가 넘는다. 자급률은 17%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입해야 한다. 목재자체??우리에겐 기름과 똑같은 달러인 것이며 목재를 아궁이에 넣는 만큼 달러를 주고 외제목재를 되사와야 하는 것이다.
북한처럼 나무가 베어지고나면 홍수가 나고 홍수가 나면 바로 식량난이 온다. 자급률 25%의 식량난에 벌채와 홍수로 인한 식량난이 겹치면 기름값보다 더 절박한 가격으로 달러주고 식량을 사와야 한다. 또한 나무를 베면 강에도 황토가 밀려들고 결국 강모래가 없어진다. 그결과 건축비용의 상승등의 피해가 닥친다. 숲이 주는 무형의 외화벌이는 농촌의 난방 유류비 절감따위와 비교될수 없는 엄청난 규모다.
IMF국난없이 잘사는 나라들, 독일, 스페인, 일본, 프랑스는 산림보호를 위한 산림보험회사를 1백여년전에 세웠다. 우리는 1969년에야 산림보험이 생겼지만 87년에도 산림화재보험가입비용은 대상임야의 0.00012%였다. 그러고도 수시로 산불로 태우고 급기야 벌목까지 하기 시작한 것이다.
3년 IMF위기 넘기려고 30년 걸린 녹화사汰?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이기주의다. IMF를 제대로 이겨 나가려면 긴 안목과 지혜를 갖고 이겨나가야 한다. 산이 헐벗고 나면 가장 먼저 더 헐벗게 되는 쪽은 산아래 농촌이다. 어렵겠지만 애국하는 마음으로 가 지치기와 낙엽과 마른솔잎만으로 이 차가운 겨울을 견디시기를 호소드린다. 관상좋은 산밑에 사는 사람에겐 복운이 따르게 돼있다. 미신얘기가 아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