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 며칠전 대구 ㅅ중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 3학년 담임인 이모 교사(27.여)는 한복을 곱게차려입고 학교로 향했다. 한복은 3학년 교사들끼리 맞춰입기로 약속한 것. 보내는 아이들에 대한마지막 배려였다.
이교사는 졸업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마음을 담은 편지. 초임교사인 탓에 아직 열정도남아있고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해버린다면 할 말은 없지만 왠지 이교사는 보내는 아이들이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함께 한 아이들. 1학년 갓 들어왔을 때 모습이 떠올랐다. "선생님, 볼펜으로써요 연필로 써요?" "공책 줄은 몇칸 띄워요?" "선생님, 청소는 어떻게 해요?" 재잘조잘 거리던아이들이 어느새 3학년이 된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젠 제법 어른스런 모습에 말투며 생각하는 것까지 3년전 같지 않다.
졸업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교사는 아쉽고 서운해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정성을 쏟아 넣었던 대상들. 가슴이 미어질 것 같기도 했다.한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아이들은 누구 하나 섭섭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환하게 웃고떠들어 댔다. 문득 이교사의 가슴엔 허탈함과 상실감이 휘돌았다. 나는 헤어짐이 아쉬워 간절한정을 담아 편지까지 마련했는데….
그러나 이교사는 곧바로 그게 그런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 역시 겉모습과 달리 깊은마음을 수놓은 편지를 부끄러운듯 내밀었던 것이다. "늘 자신감 없던, 중요한 고비 때마다 주저앉던 저에게 선생님께선 큰 용기를 주셨습니다. 정든 중학교 3학년을 정리하며 어리고 조금은 바보스런 모습을 벗어 버립니다.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 꿈이 선생님인 것 아시죠. 요즘 선생님 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 볼께요. 선생님처럼 되고 싶거든요. 지켜봐주세요" 아이들이 품에 안겨 올 때 이교사의 가슴은 또다시 감격의 눈물로 적셔지고 있었다.이교사는 내년 졸업식부터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차라리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해 주리라, 이제 눈물의 졸업식은 끝났노라고…. 자신의 세대만 해도 헤어지는 슬픔을 더 크게받아들였으나 아이들은 맞이할 기쁨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 다를 뿐임을 새삼 깨닫는것이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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