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IMF 한파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몰아치고 있는 감원 및 감봉 바람으로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격감한데다소비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대 등자동차 3사의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의 40%% 수준.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자동차내수가 지난해보다 50~70%%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같은 내수위축은 섬유산업과 더불어 지역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산업에 치명적인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현대 등 완성차업체의 부품 수주물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역의 대다수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이에따라 야간작업과 잔업을 중지하는 등 조업 조정에들어갔지만 쉽게 줄일 수 없는 고정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이에더해 조립용 부품은 물론 A/S용 부품까지 생산전량을 특정 완성차업체에만 납품해왔던 폐쇄적 유통구조도 자동차부품업체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의 납품선을 독점해온 완성차업체의 판매량이 하락하는 경우 해당 부품업체도 찬바람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업퇴출제도가 변화되면서 외국 기업들의 국내업체에 대한 인수합병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자동차업계가 지역에서도 ㅊ기화기.ㅍ산업.ㅅ산업.ㄷ금속 등 10여곳의 우량 상장기업을 인수합병 대상으로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당분간 국내에서 자동차 수요의 신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금.관리비를 비롯한 고정비용 삭감은 물론 일부 라인 폐쇄 및 정리해고 등 조직축소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대우기전은 수입자재를 국산화하는 한편 해외 생산 및 마케팅을 대폭 강화, IMF 파고를 넘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우기전은 지난달부터 관련 부서의 임원으로 구성된 '국산화대책회의'를 매주 1회 개최, 55%%선에 머물고 있는 국산화율을 75%%선으로 올리기로 했다. 대우기전의 한 관계자는 "계획대로 국산화율을 올리면 지난해 수입자재 구입분 2천5백억원 중 1천억원에 상당하는 물량을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생산 및 마케팅 강화를 통한 수출 극대화도 올해 이 회사의 주요 목표. 대우기전은 최근 미국 GM사의 브라질 현지법인에 에어컨 컴프레서 50만대를 수출키로 계약하는 등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또 기존 납품선인 GM사 외에도 포드.크라이슬러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개발도상국에는 기술 및 설비를 수출, 외화를 벌어들이기로 했다. 대우기전은 중국.루마니아에 올해 중 기술 및 설비 수출과 함께 인도에는 미국 기업과 합작형태의 회사를 건립한다. 특히 대우자동차와 인도 기업이 중국 청도에 세우는 SDAC사에는 5백40억원에 달하는 자동차부품 및 기계설비를 공급한다.
이와같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대우기전은 올해 1억 달러 수출에 이어 내년엔 2억달러정도의 수출목표를 순탄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최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평화산업도 해외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평화산업은 IMF 합의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의 트럭 회사 및 농기구제조회사와 상당한 액수의 수출계약을 체결,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평화산업은 미국 크라이슬러사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올해 중QS9000 인증을 획득하는 한편 일본 마쓰다사 소형차 프로젝트의 엔진부품 개발에 참여키로 계획을 세우는 등 납품선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평화산업은 해외의 모 업체가 이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경영권 방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원금속은 올 상반기 건립되는 해외현지법인 '우즈동원'(우즈벡)과 '동원 ZS'에 월 15억원 정도의 반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은 또 인도에 있는 합작법인인 '테날사동원'에서 자동차 머플러를 개발, 일본 미쓰비시사에 납품하는 한편 지난해 미국 현지 특허를 획득한 임팩트빔의 미국 판로도 물색하고 있다.
삼협산업은 IMF 합의 이후 남아돌고있는 잉여인력과 설비를 활용키위해 국내와 미국의 금속기계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협산업은 납품이 결정된 업체가 요청하는경우 자동차부품 외에 기계금속 제품도 만들어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제품 생산 범위를 넓히기위해 이 회사는 격심한 자금난 속에서도 3차원 CAD 설비 도입 및 관련 인력 채용을 늘리는등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극심한 내수 위축이 전망되면서 해외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IMF 시대가 부품업체들에는 대기업 의존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도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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