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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들판에 차별없이 불어오나 살아 있는 가지만 움 틔운다'

가까이 지내는 한 벗이 어느날 불쑥 건네 준 쪽지에 적힌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글귀다.그는 전공과는 다소 먼 문학 서적을 즐겨 본다. 더러 새로 읽은 책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이나 비판이 담긴 짤막한 자신의 견해를 들려 주곤 한다. 삶에 대한 남다른 성찰이 엿보이는 그의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깊이 음미할 만하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마냥 좋은 친구,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언가 유익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사이다.

벗이 더러 건네곤 하는 쪽지에는 책에서 읽은 기억할 만한 구절도 들어있고, 어떤 현안 문제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이 적혀 있기도 하여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한다. 또한 그동안 펴낸 내 시집을 읽고 그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들려주곤 하여 창작의 길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처럼 삶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서로의 지기가되기에 충분하다.

오래 못만나면 불현듯 그가 한 말이 생각나거나 그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여 불시에 차 한 잔을앞에 놓고 조우하는 즐거움을 가지기도 한다.

같은 길을 가는 절친한 친구도 필요하겠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공유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서로의 삶을 윤택케 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같이 짤막한 역사 기행도 몇 차례인가 다녀온 일이 있다. 거기엔 부산에 사는 한 음악가도 동행했다. 셋은 땅을 밟고 하늘을 사는 사람이기를 내심 바란다. 순례자의 길에 스스로 점화하고 스스로타오르는 영혼의 불길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고나 할까?

봄바람이 불때면 어김없이 움 틔울 수 있는 '살아 있는 가지' 이기를 서로에게 끊임없이 주문하면서.

(이정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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