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천연적인 처리나 인공적인 기술로 인간의 시체를 오랫동안 원형에 가까운 형상으로 보존하는 '미라'를 만드는 풍습은 고대 이집트·잉카 등에서 성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내세(來世)에도 영혼이잠들 육체가 있어야 한다는 신앙에서 유래된 미라 만들기가 이집트에선 BC 2600년경부터 오랜세월 동안 계속됐고, 그 뒤에 주로 남방문화계통에 널리 분포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타림분지의 고대국가에서 미라가 발견됐으며, 중국 육조(六朝)시대 이래 많은 승려들이 미라화됐다는 기록(고승전)도 전해진다. 중국의 미라는 이집트와는 달리 미륵신앙을 배경으로만들어졌고, 일본 등으로 미륵신앙이 번지면서 다른 나라에도 미라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7일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조성지역 야산에서 4백50여년전 조선중기시대 여자의 미라와 의류 30여점이 원형 그대로 발굴됐다는 소식이다. 고성이씨 종손인 이도형씨(57)가 선조때의료기관인 전의감(典醫監)에서 벼슬을 지낸 이명정(李命正)과 그의 부인 일산문씨 묘를 이장하는과정에서 발견한 이 미라는 1m45cm 가량의 키에 피부가 전혀 부패되지 않고 머리카락·속눈썹·손톱·발톱 등 몸 전체가 손상 없이 보존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씨의관과 6cm 떨어져 합장된 이명정의 시신은 유골 일부만 남고 관도 완전히 썩어버려 대조적이다.이 미라에는 소독약 냄새가 남아 있고 주머니에 향료가 들어 있기도 해 조선조의 의학 수준을 가늠케 하지만 과연 미라처리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수습된 옷가지들은 조선중기 여성들의 복식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도 보여진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