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떤 불조심

예전에 성철 스님은 산책을 하다가 제자들이 보이면 "야들아! 불조심해라"했다 한다. 화재를 걱정한 말이 아니고 마음속의 불길을 잡으라는 가르침이다.

사람이 성을 내면 평상심을 잃게 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자제력이 강한 사람은 빨리 수습이 되지만 대개의 경우 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마련이다. 그 불은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수도승들도 항복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사람이 화가 난 상태에서는 나를 칭찬하는 말도 곱게 들리지가 않는다. 반대로 내 마음이 푸근할때는 웬만한 일에는 웃어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화가 났을때 송곳하나 꽂을 자리 없고, 너그러울 땐 바다처럼 너른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바다를 그리워한다.우리는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인간관계로 얽혀있다. 그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써보지만 때론 불가피하게 충돌이 일어난다. 서로의 이해가 대립되기도 하고 의견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화가 나면 모진 소리를 하고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마음에새겨야 하는 것은 그 영향이 당사자인 둘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이 기분이나쁘면 온 식구에게 불똥이 튀고, 우울해진 엄마는 시장에 가서 싸우고 아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랑 다투게 되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 던지면 그 물결이 한없이 퍼지는 것과 같다.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의 문제이지만,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듯,나 하나의 겸손과 사랑이 이 사회를 밝고 향기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꽃향기 날리는 봄날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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