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노옴, 왜 말을 못하느냐?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느냐? 말을 해라. 드디어 이기채가상체를 곧추세웠다"
한평 남짓한 녹음실에서 소설 '혼불' 녹음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소리지팡이' 회원 조명욱씨.단지 앞을 못본다는 장애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세상보기를 도우는것이 '소리지팡이'회원들의 임무다.
대학생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1백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하는 일은 녹음, 점역, 일반자원봉사.
점자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책을 읽고 녹음하는 봉사는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일반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후딱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
회원 김주연씨는 "한시간짜리 테이프 녹음에만 2시간은 족히 걸려 책 한권이 최소 석달을 잡아먹고 두꺼운 책은 1년씩 끄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발로 뛰는 일반자원봉사자는 8백여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집을 방문하며 대출된 점역본을 수거한다.
워드 프로세서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점역봉사가 주종목. 각종 서적을 컴퓨터로 쳐서 점자전용프린터로 출력하면 끝이지만 이 역시 장난이 아니다.
오타가 한 자라도 있으면 의미전달이 불가능한 점자의 특성때문에 두세번 교정을 보노라면 얇은책 한권을 점역본으로 바꾸는 데만 한달이 걸린다.
하지만 점역된 수능교재로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인이 나오는 등 책을 요긴하게 썼다는 이용자들의 말 한마디에 모든 어려움을 잊는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회장 민병호씨는 "이제까지 녹음, 점역한 책이 '착한여자''퇴마록''들꽃 이야기' 등 가벼운 읽을거리였지만 안마, 침술분야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이 많은 만큼 의학서적에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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