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구장 착좌 30년 맞는 김수환 추기경

오는 29일은 한국 천주교의 상징인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명동대성당)이 축성 1백돌을맞는 날이자 김수환 추기경(76)이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김추기경은 68년 5월 29일 제12대 서울대교구장에 서임됐으며 이듬해 4월 30일 47세로 최연소 추기경이 된 이래 한국 천주교의 얼굴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겹경사를 이틀 앞둔 27일 오전 명동성당의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명동성당 1백주년과 서울대교구장 착좌 30주년을 맞는 감회는 어떠신지요.

▲오랜 박해 속에 흘린 순교자의 피를 터전으로 명동성당이 세워졌고 이후 1백년 동안 민족의 수난사와 함께 하면서 등대구실을 해왔으니 감회가 없을 수 없지요.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불을 끄지 않았는지, 사랑과 봉사라는 교회의 사명에 충실해왔는지 반성하게 됩니다.-그동안 가장 어려웠을 때와 가장 보람있었던 일을 회고하신다면.

▲물론 어려웠을 때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특히 유신시대였지요.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보니 갈등과 긴장의 세월을 보냈지요. 강론때마다 무슨 말을 하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더욱이 교회자체가 분열돼 상심하기도했고 비난의 화살이 집중될 때는 내가 왜 여기 앉아 있는가 하고 후회도 했습니다.가장 보람있었던 일는 천주교 전래 2백년 행사(84년)와 세계성체대회(89년)를치르면서 두번이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모셨던 것이지요. 그 다음으로는 87년이른바 6·10 항쟁 때경찰병력의 투입을 막고 여기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을 무사히귀가시킨 일을 들 수 있습니다.-오늘 명동성당 입구로 들어서는데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파업 돌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갖고 있더군요. 지금의 경제위기와 파업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제가 전문지식은 없지만 원리원칙대로 말씀드리자면 모두가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모든 노동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가진 것을 베풀어야 합니다. 지금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심정은 이해를 하지만 그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국민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는 대화로 문제를 푸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보기에는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근 서울대교구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고 왔는데 추기경께서 북한을 방문할날은 언제쯤일까요.

▲구체적으로는 보고를 못받았지만 그분들의 얘기로 미뤄보면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은것 같습니다. 대북관계는 인내심을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그들마음에 상처를 주지않도록 멀리 내다보고 진심으로 대해야지요.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국민의 정부'가 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요즘 박정희 대통령이 부각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몇차례 그분을 만났고 한번은 진해까지 초청돼 특별차편으로 열몇시간 동안여행을 하면서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지요. 국토의 나뭇가지 하나 풀뿌리 한포기에도 애정을 쏟을 만큼 우국지사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 민족을 잘살게 하려는 의지도 확고했고요. 그러나 우리나라가 경제기적을 이룬 것을 냉정하게 보자면그분만의 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최근 다른 종교와의 화합에 힘쓰시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우리는 원래 기존 종교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고 제 자신 또한 몸속에 불교적인 피와유교적인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그리스도 신앙과 다른 종교의가치관과 조화를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천주교 내에서는 다른 의견이없지만 다른 기독교 계통에서는 견해를 달리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저는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도 그리스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착하게 살았다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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