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DJ환대 美 속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이번 방미기간동안 미국지도자들은 환영일색이었다. 온갖 말의 성찬을 던지며 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도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다음 단계의 발전에 도달하기 위해 불가피한 개혁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한뒤 "한국이 지금 상당히 잘하고 있다"며 한국경제회복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김대통령은 어려운 난관을 확고히 극복하고 있다"면서 김대통령을영웅, 존경이란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흥분했다. 고어 부통령도 "김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취한조치들로 한국경제가 회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또 세계증권시장의 중심기관인 뉴욕증권거래소의 그라소이사장은 "경제문제를 김대통령이잘 풀고 있다"며 "한국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고 토마스 도냐휴 미상공회의소회장도 "한국의 경제개혁은 아시아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격찬했다.

이같은 반응은 다소 예상되었다. 한국이 아시아국가들중에서 IMF체제에 가장 순응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병행추진, 대북정책 등 미국의 생각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자본주의 논리에 가장 철저한 미국이 왜 이처럼 환대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김대통령은 야당시절 미국무부로 부터 외면당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앞으로 이익이 증대되도록 더욱 더 개혁을 추진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노구를 이끌고 이역만리에 까지 와서 자존심마저 내버린채 해외투자 유치를 간절히 호소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다. 김대통령은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바닥이니 싼값에 사가라"며 투자유치에 안간힘을 썼다.

이에 대해 한 일본기자는"내국인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한·미투자협정 체결이 위험한 소지도 있다"면서"아시아국가중에서 한국이 가장 저자세"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정책방향이 어떻든 방미태도가 어떻든 이제 온 국민들이 지혜를 모으고땀과 눈물을 쏟아 하루빨리 IMF체제를 벗어나는 길 밖에 없다는 게 이번 방미를 취재하고있는 기자의 가슴아픈 메시지다.

〈워싱턴·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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