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의회 지도자 간담회

김대중대통령은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후 10일 새벽(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회의실에서 의회 지도급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한개방과 한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미의회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1시간20분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미의원들은 앞다퉈 김대통령의 의회연설에 대해 "오랜의원생활을 하면서 국가원수들의 연설을 많이 들어봤지만 이번처럼 감동적인 연설을 들은적이 없다"며 김대통령의 정치역정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고 박지원(朴智元)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미국 의회지도자들은 한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김대통령의 지원요청에 "미국은 한국이 아시아의 모델이 되도록 한국을 지원, 성공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 상원의원은 "미의회가 한국경제를 돕기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는데김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도움으로써 IMF가 어려운 나라를 도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IMF의 대한 지원에 미의회가 반대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미의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특히 김대통령이 미국정부에 대북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할 것을바라고 있는 배경을 비롯, 대북문제에 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의원들의 관심에 "미국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풀라는 게 아니라 일부를해제하면서 다시 북한에 한가지를 요구하고 북한이 그 요구를 이행하면 다시 더 풀어주는식으로 점진적으로 해나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가령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 더 크게 풀어주는 식을 말한다"고 부연했다.

김대통령은 역시 클린턴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북경수로 사업 총비용의 10%를 미국이 부담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미의회의 반대입장을 은근히 시사한 것과 관련, "이 사업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니 미국 국익에도 큰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어려운 경제에도 70%를 부담할 방침인 만큼 미의회도 관심을가져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우주인 출신으로 유명한 존 글렌상원의원이 "나도 6·25전쟁 정전 당시 한국에복무한 관계로 관심이 많다"며 통일의 시간표를 묻자 "지금 상태의 북한을 놓고 통일 시간표를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북한이 개방할 경우 10년쯤 교류·협력한 후 연방을 통해사실상 통일상태로 들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대통령은 "현재는 통일을 본격 추진할 때도 아니고 남북한 경제사정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붕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북한이 개방하면 점진적으로 통일이 올 것이나 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의 붕괴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를 전후해 제시 헬름스상원외교위원장이 "상원 외교위에 영구 보관하겠다"며 이날 간담회 차례표에 김대통령의 사인을 요청하는 등 미의원들이 저마다 김대통령의 영어 연설문등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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