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둥근 공을 차고 달리는 선수들. 얼핏 무질서해 보이지만 축구에도 엄연히 과학이 있다. 승패도 궁극적으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잠못이루는 월드컵의 밤, 골인과 승부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그 안에 담긴 과학을 짚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단거리냐 마라톤이냐
축구는 흔히 쉬지 않고 달리는 경기라고 여기지만 오래 뛸 수 있는 지구력이 가장 중요한것은 아니다. 영국의 스포츠과학자 존 위더스는 지난82년 축구선수의 운동형태를 분석해 발표하면서 "축구는 마라톤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전후반 90분동안 선수들은 평균 12㎞ 정도를 뛴다. 하지만 이 가운데최고 속도로 달리는 경우는 고작 6%인 7백20m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조깅처럼 가벼운속도(45%)나 보통 속도(13%)가 대부분이고 그냥 걸어다니는 비율도 26%나 된다.따라서 축구는 기초체력만 뒷받침된다면 마라톤 선수의 지구력이 아니라 단거리 선수의 순발력이 더욱 필요한 종목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아하는 선수나 세계적인 선수가 얼마나뛰어다니는지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킥의 원리
축구의 킥은 야구의 변화구에 비해 정교함에서는 떨어진다.
그러나 훨씬 큰 공이 바람과 공기의 영향을 받으며 더 먼 거리를 날아가기 때문에 변화하는정도는 더욱 심하다. 줄지어선 방어벽 너머 골대밖으로 날아가던 프리킥이 휘어지면서 골대모서리로 빨려드는 짜릿함은 축구에서만 맛볼수 있다.
커브볼과 같은 소위 바나나킥은 공의 아랫부분 한쪽 모서리를 강하게 차 회전력을 주면 된다. 회전하면서 전진하는 공은 주위 공기에 압력차가 생겨(베르누이 정리) 회전방향으로 휘어지는 것이다.
좌우측면에서 중앙으로 센터링한 공이 골키퍼를 향해 날아가다 달려드는 공격수 쪽으로 휘어지는 경우도 같은 원리다. 이때는 발등과 발 안쪽으로 감싸듯이 위로 감아올려 차게 된다.골키퍼의 키를 훨씬 넘어 날아갈것같던 공이 갑자기 뚝 떨어져 골대안으로 굴러들어가는 이른바 드롭슛은 공의 중앙을 강하게 차 회전을 없앤것으로 야구의 너클볼 원리와 같다.▨축구공의 역학
국제축구연맹(FIFA)는 축구공에 대해 '둥근 모양이며 가죽이나 알맞은 재질로 무게 4백10~4백50g, 둘레 68~70㎝'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공의 압력은 0.6~2.1기압이다. 디자인이나색깔, 구체적인 재질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다.
일반적인 축구공은 정육각형 20개와 정오각형 12개인 총 32조각의 가죽을 하나의 실로 꿰맨것이다. 월드컵 공식구는 지난 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디다스가 흰색 육각형에 검은색오각형의 '텔스타'를 선보인 이래 모양과 기능 면에서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74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완전한 흰색공이었고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흰색 오각형과검은색 삼각팬티 모양이 그려진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탱고'가 사용됐다. 또 이때부터 32개의 가죽조각을 하나의 실로 꿰매고 통풍실험을 하는 등 기술적으로 일대 변화가 시도됐다.82년에는 꿰맨 자리에 방수처리를 해 빗속에서도 무리없이 경기할 수 있게 만들었고 86년에는 인조가죽으로 완전한 방수를 이루어냈다. 94년 미국월드컵에 사용된 '퀘스트'라는 공은가죽에 미세한 폴리우레탄 거품을 넣어 반발력을 높였다. 슈팅하는 순간 이 거품들이 수축했다가 팽창하면서 엄청난 스피드와 방향 변화를 일으키는 바람에 골키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프랑스 월드컵 공식구 '트리콜로'는 폴리우레탄 거품을 강화하고 규칙적으로 배열해수축력과 반발력을 더 높였다. 거품은 독립돼 있어 차는 힘이 강할수록 더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골이 더 많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첨단 축구화 경쟁
최초의 축구화는 보통 운동화처럼 평평한 바닥이었다. 그러나 50년대초 아디다스는 선수들의 빠른 방향전환과 스피드를 위해 신발 밑창에 육상선수들의 스파이크와 같은 징을 박았다. 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독일이 무적군단 헝가리를 누르고 우승한 것도 이 축구화 덕분이라는 후문이 돌 정도로 화제가 됐다.
초기에는 징이 앞축에 4개, 뒤축에 2개가 박힌 한가지 형태였으나 갈수록 세분화됐는데 심지어 자신의 발버릇에 따라 징의 위치를 조정하기도 한다.
공격선수의 축구화는 부드럽고 정교한 몸놀림을 위해 징의 수가 많은 반면 수비수는 순간적인 파워를 높일 수 있도록 징의 수가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공격수는 또 드리블과 페인팅, 패스 등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므로 가죽이 얇고 착 달라붙는느낌의 캥거루가죽 신발을 즐겨신는다. 수비수들은 반대로 거친 플레이에 견딜 수 있도록가죽이 조금 두껍고 딱딱한 것이 많다.
세계 유수의 축구화 메이커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제품이 더 많은 골을 터뜨리느냐에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그 선수가 신은 신발의 상표와 모양을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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