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비들이라면 이시대를 어떻게 살았을까" 조선시대 대표적인 개혁사상가인 정암(靜庵) 조광조. 당시 사람들은 그를 두고 '광자(狂者)','화태(禍胎)'라 불렀다. '미친 사람''화를 낳는 사람'이란 뜻이다.
조광조는 원칙에 충실한 '개혁의 화신'이었다. 그래서 그는 살아 남는 지혜를 갖추지 못했다. 개혁이 진행되는 동안 무수한 적들을 만들었고 결국 38세의 젊은 나이에 저잣거리에서육신이 찢기는 비극을 맞았다. 그러나 얇고 매끄럽고, 요령 있는 관료가 득세하는 세상에 원칙을 세우려는 올곧은 선비의 정신은 아직까지 향기를 뿜고 있다.
시대가 선비를 만드는가, 선비가 시대를 이끄는가. 법이 흔들리고 원칙이 무너지는 이 시대,고결한 선비 정신과 번득이는 지혜로 난국을 극복했던 선현들의 삶을 깨운다.
'시대가 선비를 부른다'(효형출판사 펴냄)는 시대를 이끌고 시대에 충실했던 조선 선비들의정신적 흔적을 더듬고 있다. 붓과 칼로 '민본개혁'을 꽃피운 삼봉 정도전, 직언을 서슴지 않던 도학의 거봉 남명 조식, 조선 성리학의 틀을 세운 퇴계 이황, 그리고 이이, 정약용, 최한기를 지나 최익현 황현 박은식 신채호 선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32인의 선비의 사상 철학 그리고 삶을 담았다.
조선선비들의 엄숙하고 강인한 삶뿐 아니라 인간적 체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과거제도에회의를 품었던 '반계 유형원이 과거 시험을 치른 까닭은?' '진보주의자 이익의 보수적 여성관'등 이상과 현실에서 흔들려야 했던 모습도 그리고 있다.
주제 글은 한영우(서울대·한국사), 정옥자(서울대·한국사), 김준석(연세대·한국학)교수등10명의 학자가 맡았고 그림은 한국의 대표적인 중진화가인 김병종, 황창배, 이양원 화백이맡았다.
간혹 과거로의 여행은 현실을 부정하는 행위다. 그러나 2백년을, 3백년을, 5백년을 가도 현실과 비슷한 것은 왜일까. 도탄에 허덕이는 민초들, 이를 도외시한 관료집단, 세속적 이득에만 눈먼 위정자들…. 일본 쓰시마섬에서 순절한 우국 지사 최익현선생의 시신이 부산항에도착하던 1906년 어느날. 황현선생은 '고국에 산 있어도 빈 그림자 푸르를 뿐, 가련타 어디메에 임의 뼈를 묻사오리'라 절규했다. 그 빈 그림자는 2000년을 앞둔 지금도 드리우고 있다.
그래서 불같은 정신으로 시대를 호령했고, 때로는 초야에 칩거하며 사색으로 시대를 떠받쳤던 선비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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