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실 분담원칙 안지켜졌다

금융감독위원회가 5개 은행 퇴출을 결정하면서 법적근거가 미약한 자산.부채 평가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향후 커다란 논란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천명한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손실분담 기본원칙이 깨져 형평성을 잃었다는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평가기준 소급적용=은행경영평가위원회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미달 12개은행의 자산.부채를 평가하면서 기존 은행감독원 기준이 아니라 세계은행(IBRD)과 합의한국제기준을 적용했다.

강화된 기준은 채권의 시가평가, 부실여신을 6개월 이상 이자지급 연체에서 3개월 이상으로확대, 지급보증에 대해 대손충당금 설정, 요주의 대손충당금 비율도 1%에서 2%로 상향조정등으로 이를 적용할 경우 은행들은 치명타를 맞게 된다.

게다가 정부와 IMF은 지난 5월 2.4분기 정책협의때 이처럼 강화된 기준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금감위는 그러나 은감원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변경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강화된 기준을소급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5개 은행 계약이전 결정과 은행업 인가취소 등 이번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치는사실상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이헌재금감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평가는 은행들이 2000년 6월까지 BIS 비율 8%(국제업무포기시 6%)를 맞출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국제적 기준을 미리 앞당겨 적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퇴출은행 주주들이 정부의 결정이 법적효력이 없다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는 상당히 난처한 처지에 놓여진다.

◇손실분담원칙이 깨졌다=정부는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주, 임직원, 예금자, 채권자 등이해관계자가 철저히 손해를 분담하도록 해 책임경영 풍토를 확립하겠다고 공언해왔다.주주들은 자본금축소(減資)를 통해 확실히 손해를 봤지만 채권자들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은행의 채권자는 주로 금융기관과 한국은행으로 퇴출은행에 콜자금 등 단기자금을 빌려준것이다. 정부는 당초 금융기관 콜자금의 경우 부채양도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한 대금으로 채권비율에 따라 나눠 갖도록 해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부채가 우량은행으로 넘어감에 따라 채권자들은 한푼도 손해를 보지 않아결국 힘없는 주주들과 해고된 임직원들만 손실을 부담하게 돼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이헌재 위원장은 "금융기관 콜자금을 양도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이 마비될 우려가 있고한국은행이 빌려준 자금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므로 우량은행으로 넘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화은행은 왜 제외됐나=금감위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이 마련됐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자산이 부채보다 약간 더 많은 평화은행을 현행법상 부실금융기관으로 규정할 수 없어 퇴출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개정 이전 법령에서는 부실금융기관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외부로부터의 차입이 없이는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부채평가는 개정되지도 않은 은감원 기준을 적용하고 평화은행은 현행법을 적용해 퇴출대상에서 제외한 이번 조치는 법적용의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퇴출은행 직원 고용승계=금감위는 퇴출은행 직원의 경우 대리급 이상은 인수은행에 다시고용돼 약 80% 가량 구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의 경우에도 약 30~50% 가량이 해고되는 판국에 문을 닫는 은행 임직원의 80% 가 인수은행에 재취업된다면 은행 구조조정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인원정리가 능사는 아니지만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원정리는구조조정의핵심이다.

또 고용승계는 전적으로 인수은행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는 실제로는 노동계와퇴출은행 직원들의 자산.부채 이전 업무 방해를 이유로 들어 80% 이상을 인수은행이 승계토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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