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경사업 생태계 함께 고려해야

최근 대구시는 매립 용도가 끝난 달서구 대곡동 대곡 쓰레기매립장 부지를 재활용하기 위해1백22억원을 들여 수목원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대곡쓰레기매립장 부지가 유해가스 발생과 중금속 오염등 문제점을 안고 있어 수목원 부지로 적절치 않으며 수목원이 시각적 효과를 우선한 조경 시설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측은 수목원 조성 예산으로 생태공원 조성등 생태계 보전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란은 공원녹지사업 추진과정에서 생태분야와 조경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듣지 않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며 행정기관과 전문가간 협조가 미비하다는 문제점을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은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지역의 환경을 올바르게 보존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기도 하다.

대구시는 수목원 조성사업을 계획하면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폭넓게 구하지 못했다. 사업 성격이 조경분야와 관련있다고 여겨 조경학 전문가의 자문만 듣고 사업을 결정한 것이다. 생태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듣고 사업을 결정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대구시가 환경과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생태계 보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생태 전문가와 원활한 협조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대구시는 이번 수목원 조성사업과 경상감영공원 조성사업등 공원녹지 조성사업을 실시하는과정에서 조경에만 치우침으로써 생태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조경학은 특정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시각적 효과를 중시하면서 콘크리트로 단장하는 등 인공적 측면이 많아 수목과 흙, 하천등 자연을 최대한 살리는 생태학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람이 자연속에서 어우러져 살도록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생태학적 고려가 필수적이라는것이 생태학자들의 주장이다.

조경학도 생태계 보호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심의 조경학은 시각적 효과를 중시하는 반면에 유럽 중심의 조경학은 생태계 보호를 함께 고려한다. 대구지역의 경우 대체로노장 조경학자들이 전자에 속하고 있으며 소장 조경학자들은 후자에 속한다. 대구시가 환경사업을 시행할 때 생태학자들과 소장 조경학자들의 의견을 소홀히 함으로써 논란을 야기시킨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또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대구시 담당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인간적 관계도 무시할 수없다. 생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대구시의 환경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오면서 관련 공무원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맺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결과 대구시가 생태전문가들을 기피 대상으로 여겨 환경정책및 사업 추진과정에서 이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식물생태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지역의 K대 K교수는지역 사업에선 소외된 채 환경부나 다른 시.도지역의 연구를 주로 맡고 있는 사례가 그 예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가 먼저 고깝더라도 전문가들의 식견을 존중, 최대한 의견을 구하고이를 정책에 반영하여야 하며 생태 전문가들도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계명대 환경정책과 김수봉교수는 "공원녹지조성 사업과 관련, 조경과 생태분야 전문가들의의견을 폭넓게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진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지역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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