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사회전반에 경제공황의 어두운 그늘을 길게 드리우면서 정리해고과 이혼율을 증가시키고, 홈리스를 양산하며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가운데 제3회 '여성주간'(7월1일~7일)을 맞았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아노미현상을 보이는 IMF시대가 우리 사회의 전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는 어떤 의미의 빛과 그늘을 던지는가. 〈편집자주〉
깔끔한 일처리로 실력을 인정받던 주부 직장인 김모씨(대구시 남구 봉덕동)는 회사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면서 맞벌이 여성이란 이유로 희망퇴직서를 제출해야만했다. 김씨의 직장에서만 기.미혼 여성들의 희망퇴직이 수십명에 이른 가운데 전국적으로 5월 현재 여성실업자는 48만명에 육박, IMF로 메가톤급 피해를 입은 계층이 바로 여성들임을 반증한다.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여성주간 동안 여성실업자교육을 실시하는가하면 여성인력자원개발원은 다음달 2일 'IMF시대 여성전문직종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한국 여성민우회는 여성실업자힘내기 한마당을 펼친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에 사는 올해 결혼 18년의 한주부(39)는 중소전자회에 다니던 남편(42)이 실직한 뒤,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의처증에 폭행까지 당해 '대구 1366전화'에 구난을 요청했다.
대구 여성의 전화에는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3백27건의 아내 구타가 접수됐고 이중 상당수는 실직으로 인한 남편의 화풀이성 구타가 차지한다.
대구여성의 전화 최정희 공동대표는 "IMF이후 어려워진 경제상황은 여성의 인권을 더욱 심각한 현실로 몰아넣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부 최영미씨(31.대구시 북구 복현동)는 IMF 이후 집안 식구들로부터 자신의 역할에 새삼 인정받아 내심 신명이 난다. 남편의 월급봉투가 얇아져 가계 꾸리기가 부담스러워지자 자녀의 학원과외를 끊고 직접 가르쳤다. 이를 본 남편이 "살림 잘 살고, 애들 잘 키우는 것도 직장 갖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격려해준다. 이제껏 학원 갔다오면 뒷바라지정도 했으나 가사영역의 전문화가 높아지면서 가사노동을 재평가 받고, 수직적인 부부관계가 수평화되어 매우 기쁘다.
중산층에 귀속감을 느끼던 대부분의 주부들도 "상류층은 그렇다치고, 중산층의 과소비가 나라를 어렵게 만든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뼈아픈 자기반성과 함께 "이제는 모두가 다 브랜드 옷을 입어야하고, 외제 화장품을 써야하고, 유명 학원에 자녀를 등록시키겠다는 맹목적 과소비에서 벗어나야 나라가 산다"며 계층별 문화, 소비패턴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꾸려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IMF이후 일단 남성의 '바깥일'이라는게 안정적이지도, 지속적인 지위를 유지할만한 힘도잃고 말았다"는 이춘옥씨(경북대 사회학과 강사)는 그전에 는 남편들이 외식시켜주면 큰 일을 한 것처럼 여겼으나 이제는 일찍 귀가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또한부부간의 권력관계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밝힌다.
종전에는 가사에서 크고 중요한 일은 남편이 결정짓고, 주부는 가계소비생활만 전담했으나이제는 부부가 서로 가진 능력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가사일을 돕는 남편도 늘고있다.
돈버는 아내와 살림사는 남편, 외식보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식탁에 비중을 두는 가정이 늘고 있으며, 돈으로 만사를 해결하려는 가족구성원들의 자세가 따뜻한 정과 나만의 아이디어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발전되고 있다.
30~40대 이상 현실감각이 있는 중년 여성들은 어떻게든 이 위기를 가족애로 극복하려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반면, 여대생 가운데는 쉽게 취업을 포기하는 안일함을 보여 우려를낳기도 한다.
"취직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취직하더라도 해고 0순위가 아니냐"는 일부 여대생들은 치열한직업정신과 전문성으로 사회에 대한 도전장을 던지기보다 "좋은 혼처를 골라 시집이나 가버릴까"라는 나약함을 노출, IMF가 이제껏 상승일변도로 나아가던 여권의식의 퇴보를 가져오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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