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인권 개선도 좋지만

법무부는 공안사범의 '전향(轉向)제도'를 폐지하고 '준법 서약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공안사범들이 공산주의.사회주의사상을 버렸다는 전향서를 써내야만가석방.사면등의 은전을 베푸는 방식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존중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이같은 방침은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헌법정신 그대로 살리는 것이며, 나아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양심수'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간주된다. 자유민주국가에선 사상 및 양심의 자유보장은 천부적 인권에 속하는 것으로여겨왔으며, 자유민주체제가 사회주의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잣대로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따라서 정부의 공안사범에 대한 전향제를 없애고 국법준수서약만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한 것은 인권문제에 있어 진일보한 것으로 보게된다. 다시 말하면 머리와 가슴에 들어있는 사상이 어떤 것이든, 국법만 잘 지키면 사회활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당국은 이같은 원칙을 광복절에 맞춰 첫 적용할 것이라한다. 재야일각에서 주장하는 양심수(공안사범)는 약5백명선인것 같다. 당국은 2백명선으로 보고있어 가석방및 사면등의 조치를놓고, 그 범위에 대한 시비가 있을수도 있다. 어쨌든 미전향장기수를 포함한 공안사범들이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된 것은 순수 인권의 측면에선 크게 환영할 일이다.그러나 정부의 인권개선측면에서의 획기적인 조치가 오히려 국법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낳을까 우려하는 여론도 많다고 본다. '행동과 언어로 대한민국을 부인하지 않고 폭력시위를 하지 않는다면 포용해야한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조치라고 하나, 형식적인 준법서약을 하고는 암암리에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사회주의사상운동을 벌여나가는 일이 생긴다면 대처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또 끝까지 준법서약을 않는 인사에 대해선 형기만료까지 법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을 지게된다.

잠수정침투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의 대남노선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햇볕정책을 고수해나가면서 사상범에 대한 관대한 조치까지 단행한다는 것은 템포가 너무 빠르다는 감을 지울수 없다. 정부수립50주년 기념선물로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가지 새로운 정부시책이 쏟아져 나오면 국민들이 헷갈리기 쉽다. 전향제폐지 역시 부작용과 역기능을 살펴보면서신중히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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