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날로그적 가상공간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 혹은 앞으로 생활할 미지의 공간에 대해 좀 더 멋지게 꾸며놓는상상을 즐기는 것은 여느 즐거움에 못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중엔 꿈많은 20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가상의 공간을 지었다 뒤틀었다 또는 개조하며 지금까지도 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운좋은 몇몇 친구들은 그 상상의 집이현실화돼 결과에 만족하며 살기도 하지만 20여년동안 그 기분좋은 게임을 계속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즐겨왔던 기분좋은 상상의 공간들이 막상 현실로 다가왔을때 그 멋진아이디어들이 몇가지 실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하나하나씩 포기해야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국 쉽게 구할 수 있는, 혹은 유행하는 재료 및 구조들로 마감해버림으로써 스스로 몰개성화에 빠져버리게 된다. 옆집이나 건축인테리어잡지에 나오는 주택들의 피상적이고 감각적인 것만 모방하게 되고 만다.

결국 그 집들은 그 옆집을 낳고 그 옆집은 또다른 옆집을 낳고··. 혹시라도 자신만의 개성이나 신나는 상상력을 불어넣으려면 수십번 용기를 가져야한다. 그래서 그것이 부담스러워 포기하게 되고 그 역시 옆집을 닮아 온동네는 본의아니게 계획화된, 잘못된 통일성(?)을가진다.

머리속 멋진 가상의 공간을 포기해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틈이 나는대로상상의 공간을 일기쓰듯 기록해두면 어떨까. 그것이 현실화될 기회가 왔을때 그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던 공간들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과장수의 집과 복숭아장수의 집의 공간감각이, 또는 물리학 전공자와 심리학 전공자의 공간형태가 좀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그 동네 집들의 다양함에서 비롯되는 보는 즐거움과 생활하는 재미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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