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재의 책

"자본주의의 원칙도 룰도 없다" 전쟁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병사들. 소총을 세워들고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들 사이로 전진 전진.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내 혼자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는 것. 다른 병사는 참호속에 숨어 휘파람만 불고 있다.

IMF사태 이후 모두가 고통 받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법. '사채 굴려 떼돈 벌어''30대 재벌 총수와 권력층 2세들 절반이 병역면제''고 3년생이 골든벨을 울려'.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기사들.

자본주의의 원칙도 없고, 공정한 룰도 없는 나라. 그 '한국병'을 진단한 책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민국 상류사회'(이석영 지음, 베스트셀러 펴냄)는 온갖 특혜와 특권만을 누려온 상류층의 부도덕한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한국의 상류층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상의 의무)가 없다. 사치, 낭비, 마약, 노름, 변태적 쾌락추구의 주인공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저명인사들.

한달에 수백만원 드는 귀족유치원, 밤 12시 이후부터 '우리 세상'을 외치는 오렌지족 나이트클럽, 달러가 종이짝처럼 쓰여지는 졸부 2세의 유학생활, 1백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게임기사러오는 아이들, '검은 돈'과 '숨어 있는 여자들'과의 상관관계…. IMF 이후 극대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다루었다.

현암사에서 나온 '이제는 이판사판이다'(박승원 지음)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지름길로만 돌진했던 '신들린' 박정희식 전횡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뿌리라고 말한다.'신바람'이나 졸속으로 포장된 애국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그구체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화엄사상의 이판사판논리로 풀어나간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 사고, 한 만큼 보상받는 공정한 사회를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증시분석전문가인 스티브 마빈이 쓴 '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사회평론 펴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 현실을 분석한 책. '한국 경제에 관한 관찰보고서' 16개를 한권으로 묶었다. 이 보고서는 국내에는 원문이 전해지지 않고 해외 펀드 매니저에게 읽혀진 것.놀라운 것은 한국 경제 예측의 정확성이다. 은행퇴출까지 포함된 한국위기를 일찍이 예측했다. 그는 한국에 제2의 위기는 외환위기라기 보다는 내부 현금유동성이 떨어진 몇몇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잇달아 은행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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