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국합섬 구미2공장 매각 배경

동국합섬은 동국무역 그룹내에서 가장 알짜기업이다. 특히 스판덱스 원사를 생산하는 구미2공장은 동국합섬에서도 최고 노른자위 사업부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동국입장에선 속이 몹씨 쓰릴 수밖에 없다. 동국무역 황재우 상무는 "쭉정이 기업은 내놔봐야 살 사람이 없다"며 "부채상환과 자체 구조조정 자금 비축을 위해 스판덱스 부문의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동국이 흑자사업인 스판덱스 부문 매각에 나선 것은 그만큼 구조조정이 다급했기 때문이다.동국은 지난해 말과 올연초 환율이 급등, 밀어내기 수출로 잠시 직물수출이 활기를 띠면서환차익을 누렸다. 그러나 누적된 금융권의 부채(1조2천억원으로 추정)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주거래 은행인 제일은행 역시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힌 뒤 금융권의 부채상환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국은 갑을과 함께 금융권의 워크아웃 대상기업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다.갑을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반면 동국은 끝까지 버텼다. 지난 6월 중순경 갑을 관계자는 동국무역 백욱기 명예회장을 찾아가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하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백명예회장은 오히려 갑을 관계자에게 워크아웃 신청을 그만두라고 훈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이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경영권 유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대신 알짜기업 동국합섬을 팔아서라도 자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 때를 전후해 듀폰이 동국합섬의 스판덱스 사업부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동국의백명예회장도 이러한 소문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 무렵부터 동국과 듀폰측이 이미 물밑 접촉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동국무역 그룹이 동국합섬의 스판덱스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까지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으로 직물수출이 벽에 부딪힌 데 있다. 더욱이 올들어 직물뿐 아니라 원사수출까지 부진, 폴리에스테르 원사값이 폭락해 채산성이 급속도로떨어졌다. 이 때문에 동국은 지역 섬유업계로부터 '밀어내기 수출'의 주역으로 비난받기도했다. 게다가 해외진출 기업들의 영업부진은 동국에게 결정타를 날린 꼴이 됐다. 동국의 해외진출 기업은 10개. 특히 중국 청도와 인도네시아 합작기업들의 부실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명예회장도 이와 관련, "중국 청도의 직물공장은 이미 포기한 상태"라고밝혔다. 매각마저 여의치 않아 생산설비를 그냥 둔채 철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판덱스 부문은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였다. 이에 동국은 지난 90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증설한 구미2공장의 스판덱스 설비를 늘리기 위해 올해 3차 증설에 나섰다. 3차증설로 아.태지역에서 듀폰에 이어 2위인 태광의 생산능력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도 세웠다.그러나 금융권의 지원거부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지난 3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듀폰에 인수되는 것은 동국합섬 구미2공장의 스판덱스 사업뿐이다. 따라서 구미1공장에서생산되는 폴리에스테르 원사 부문은 그대로 존속된다. 그렇다면 동국합섬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까. 동국무역의 황상무는 "듀폰측과 구미2공장의 매각협상을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사에만 2개월이상 걸리는데다 공장분리 절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동국합섬 구미 1.2공장은 생산만 따로하지 자금.판매 등은 통합관리돼왔다. 이와 함께 스판덱스 사업 매각과 관련 금융권과도 협의해야 한다. 더욱이 4백30명에 이르는 구미2공장종업원들의 고용승계 문제도 걸려있다.

동국무역 그룹은 동국합섬의 스판덱스 사업을 매각하면서 강도높은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갈것으로 전망된다. 동국무역의 황상무는 "동국무역.방직.화섬.염공 등 국내 13개 계열사중 군소 계열사는 통폐합 등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에스테르 원사부문만 남는 동국합섬도 동국무역과 통합될 것으로 지역 섬유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동국합섬 노조가 벌써부터 스판덱스 사업 매각대금을 다른 계열사 구조조정에 사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동국무역과의 합병을 통해 이를 무산시키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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