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외없는 단죄-강경투쟁 맞불

최근 사정(司正)정국이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음은 물론 야당총재까지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가 사정정국의 한 가운데 서있는 듯하다. 검찰을 진두지휘한다기 보다는 독려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하반기 목표로 설정한 정치개혁차원과 관련이 있다.

현재 청와대의 사정의지는 전의에 불타고 있는 수준이다. 야당의 국세청을 통한 대선자금조달과 관련,김대통령은 "용서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분노했고 이강래정무수석은'쿠데타적 사건','천인공노', 박지원공보수석은'역사적 범죄'라는 표현을 썼다. 뭔가 큰 일이 터질것 같은 긴장감마저 감돈다. 이같은 청와대내 분위기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조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사정정국에는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선 인상이다. 그래서 야당의 표적이 되어있다. 그는 7일에도 톤을 더욱 높였다. "언론이 지금 일을 하고있는 검찰을 많이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전선(戰線)을 크게 확장할 작정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정치개혁없는 다른 개혁은 국민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면서 "여야구분없이 원칙에따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구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다방면에 걸쳐 증거가 확보돼있다"며 야권의 대구.경북지역의원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면서 "여당은 정치자금법이 바뀐 작년 11월 14일 이후에는 법을 지켰다"또는 "당(국민회의)에서는 경북쪽에서도 몇명 들어오고 곧 1백60석을 넘길 것이라고 하더라"며 정국주도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李憲泰기자〉

여권핵심부가 일제히 나서 한나라당의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모금사건에 대한 압박을가해오자 한나라당은 결사(決死)항전의 결의를 불태웠다.

당사 곳곳에서는 당의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는 비장한 분위기가 흘렀고 잇달아 열린 야당파괴저지특위와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으로서 최대 강수인 의원직사퇴 불사론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특히 이날 의총에서 이회창 총재는 격한 어조로 여권을 비난했다. 이총재는 "이런 놈의 나라, 이런 놈의 정권이 어디 있느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고 "중립지대는 없으며 저쪽으로가려면 가고 남아 있으려면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며 팔짱만 끼고 있는 비주류를 향해서는 양자 택일(擇一)을 요구했다. 이총재가 직면한 위기의 뿌리가 당내외에 모두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었다.

한나라당은 결국 김대중대통령의 대선자금과 비자금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국정조사를 요구했고 아태재단의 정치개입 의혹과 자금문제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는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의 대응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야당파괴저지특위는 전날에 이어 8일에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오는 10일 개회되는 정기국회에서 소속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원천봉쇄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일사불란하게 여권의 압박에 맞설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확언하기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초강경론 일색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냉소주의와 방관주의가 팽배하다. 비주류측의 백의종군 주장도 발벗고 나서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몸싸움 등 의사진행을 막는 구태(舊態)외에는 선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것도 내부 정지작업이 부족해 잘 될 지 의문이다. 때문에 강경투쟁만이 살 길이라는 매파 일색의 분위기 가운데서도여야대화를 복원시키자는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는 이총재의 격분이 한나라호를 강경투쟁으로 몰고 갈 것이지만 아래에서는상명(上命)이 잘 전달되지 않거나 실행되지 않고 겉도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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