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돌이 가정 "어디로..." 끝없는 배회

모라토리엄 가정이 늘고 있다.

IMF 이후 부부가 다 일자리를 잃어 실직하거나 경제난에 폭행이 겹쳐 자녀동반 가출이 늘어 '가정 유지 불능'과 같은 모라토리엄 가정이 늘고 있다.

또 종전에 문제 있는 가정에서 엄마나 아빠 혼자 집을 뛰쳐나가던 '나홀로 가출'이 이제는'자녀동반 가출'로 이어져 모라토리엄 가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7일 현재 대구시여성회관 태평상담실(053-256-6696) 부설 여성긴급피난처 '태평쉼터'와 도시선교를 하는 구민교회 부설 도시빈민 일시수용소에 접수된 모라토리엄 가정만 해도 벌써열집에 가깝다.

경북 영천의 농장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잡일을 하던 이모씨(46)는 지난 3일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아내(38)가 아들을 순산했으나 핏덩이를 자신의 보금자리가 아닌 빈민 일시수용소(대구시 서구 반고개, 053-256-0696)로 데려가야만 했다. IMF가 불어닥치자 농장일자리서쫓겨난 이씨부부는 발붙일 곳이 아무데도 없어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모라토리엄 가정이 돼버린 것.

실직 당시 임신중이던 아내를 데리고 대구역과 동대구역을 오가며 노숙, 모라토리엄 가정 3개월째이던 어느날, 안심제1종합복지관 부설 이동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조만우씨에게 발견돼 임시 수용소에서 보내게 된 것.

"하루빨리 일자리를 구해서 핏덩이를 먹여살려야 할텐데..."실직남편 이씨는 매일 인력시장을 전전하지만 품일마저 끊어진지 오래여서 그의 살림은 유예됐다고 들려준다.용지임대아파트에 살던 김모씨(40)는 생활고로 몇개월째 임대료를 내지못해 수도.전기가 다끊겨버리자 생활을 포기하고 아내(31) 아들(4)을 데리고 길바닥을 배회하는 모라토리엄 가족이 됐다.

대봉교밑에서 노숙하는 한 실직부부도 가족.친척간 인간관계를 단절한 모라토리엄형으로 대봉교회 청년회에서 발견, 일시수용소로 연결했다.

식당일을 하던 김모씨는 IMF가 닥치면서 바로 해고돼 실직된지 벌써 여러달째이다. 오래놀다보니 생활을 유지하기위해 형제나 친구들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손을 벌렸는데 도저히 더 지탱할 수 없어서 노숙자가 되었다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이웃돕기회와 연결, 가족들과 함께 일시수용소에 기거한다.

주부 배모씨(대구시 동구 지저동)는 계속된 남편폭력에다 생활고마저 겹치자 두딸(20.18)과아들(16) 등 세자녀를 데리고 가정을 포기, 쉼터를 택했다. 놀면서도 늘 때리는 아버지를 큰딸이 경찰에 신고, 폭력 아버지를 피해 다함께 집을 뛰쳐 나왔다가 태평쉼터에 들어간 것.이 가족은 당분간 가정유지를 포기한채, 쉬면서(유예기간)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40대 주부 이모씨(대구시 북구 태전동)는 건설현장근로자이던 남편이 실직하면서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고 심한 언어폭력까지 일삼자 두명의 자녀를 데리고 긴급피난처로 향했다.구민교회 부설 실직자 쉼터 대표 김경태목사는 "IMF가 심화되면서 아내나 남편 실직만이아니라 가족이나 부부단위로 사회와 단절되는 모라토리엄형 가정은 모든 면에서 매우 심각한 상태"라면서 이들 모라토리엄 가정이 완전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기전에 지원할 대안이모색돼야한다고 말했다.

대구 1366 상담전화 부녀상담원 김영자씨는 "엄마나 아빠가 주변인과 관계를 끊는 나홀로가출이 IMF로 인한 생활고가 심화되고, 7월부터 가정폭력방지법이 발효되면서 자녀동반가출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면서 더이상 학교.사회.일자리에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가정이 양산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배려가 있어야한다고 밝혔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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