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성추문과 법질서

미국 사회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바라보면서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스타 특별검사의 의회 보고서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우리실정과는 너무 맞지 않을뿐더러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전통따른 인식의 차

보고서에 묘사된 르윈스키와의 성적 행위부분도 그렇거니와 문제의 장소가 대통령 집무실이란 점, 특별검사가 아무리 특별하다지만 이런 조사 보고서를 제출할수 있는 미국 사회의 법률적 체제, 또 하원 회의에서 이 내용을 공개키로 의결한 것과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공개한 미국인들의 사고는 도대체 우리의 정서와는 전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성추문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도 그렇다.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두고 부적절한 관계가있음을 이미 공개 시인했던 태도나 보고서 공개에도 불구, 힐러리여사와 함께 손을 흔들며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 등등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의 대통령이 이 정도 위기에몰린 상황이라면 적어도 '사퇴표명' 정도는 할것 같은 분위기인데 백악관쪽에서는 오히려조목조목을 들어 반박한다. 여기에다 성추문 보고서 발표후 CNN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공개전 보다 2% 포인트 높아진 63%로 나타났다고 하니 정말 이상한 나라처럼 보인다.

유교사상에 영향을 받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스타 특별검사의 보고서가 신문지상으로 보도되자 언론사에는 "신문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 "언론이 교육적 배려는 없고 상업적 시류에만 편승한다"는 등의 항의성 전화가 잇따랐다. 일부언론에서는 윤리상의 문제를 심각히 고려,보고서 내용을 게재했다고 나름의 이유를 달았지만 게재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아마 이것이 어쩌면 성추문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보편적 시각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한국인의 생각과는 달리 미국은 성추문 보고서를 전 세계인이 볼수 있도록 인터넷을통해 공개했다. 자국내 특정기관에만 공개해도 될 법한 것을 왜 전세계인이 보게끔 했을까.그렇다고 미 국민들이 이 문제를 대수롭지않게 여기는 것도 아니다. 미 언론들은 성추문 보고서가 공개된 뒤 국민들은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혐오감을 보였고 몰라도 될 개인의 문제를 보고서가 지나치게 소상히 밝혀 불쾌했다는 국민의 여론도 전했다.

◆침해할 수 없는 법질서

잘 알다시피 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로 그들의 국가 이념도 종교적 이념과 일치한다.그들은 청교도 정신으로 미국을 개척했고 근면, 검소, 성실, 정직 등의 생활 습관도 이런 정신적 바탕에서 나왔다. 물론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지금의 미국 사회는 마약이나 성도덕의 타락 등 가치관의 대혼란으로 국내적으로 이 문제가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노래하는 나라다.

성추문 보고서 내용이 우리의 정서와 맞던 그렇지 않던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법질서를 눈여겨 볼만하다. 백악관의 시용직원이 대통령을 이처럼 궁지에 몰아넣고 특별검사가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서 우리와는 또다른 그들의 법체제를 볼수 있었던것이다. 한국에서도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인 대응을 하고 정치권에서 말로만 듣던 특별검사의 맹활약을 구경할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프랑스 르 몽드지는 성추문 보고서에 대한 논평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식 법절차가 만들어 낸 괴물'이라고.

성추문 사건을 통해 우리는 법의 공정성과 게임의 룰이 지켜지는 미국식 법치 사회를 조금이해했다면 성추문 보도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위안 삼아보면 어떨까.우정구〈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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