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즉흥적인 대구시 문화정책

시인 김용락씨가 최근의 대구지역 문화계 동향과 관련, 특별기고문을 보내왔다. 본지는 침체된 대구문화풍토의 개선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보고 그대로 싣기로 했다.〈편집자 註〉

근래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현상(정책)을 지켜보면서 몇마디 고언을 하고자 한다.우선은 지난 8일로 최종 마감된 대구문화회관 및 시립예술단 지휘자, 감독 공개모집과 관련한 사안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처럼 대구시는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회관장및 시립예술단의 지휘자 감독을 연장 모집했다. 문화예술회관장은 이미 한차례 민간인이 역임한 바 있고 여타 예술단 지휘자 감독공모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문화.예술의 창출과 향수의 주체가 지역민이라면 예술정책을 주도적으로 입안하고 시행하는 주체도 역시 민간인이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원칙적으로 지역 문예회관장 직책이나 예술단의 장을 민간인으로 공채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다. 이것은 관주도 문화에서 민간주도로 가는 예술행정의 자율성확대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자율성확대 세계적 추세

그런데 문제는 이미 여러곳에서 지적된 바이지만 예술회관장및 시립예술단 지휘자 감독을공개모집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공식적인 입장표명도 없이 연장 공개 모집한 것이다. 이러한연장모집이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어떤 하자가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대구시의 문화정책이 치밀하지 못하고 뭔가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을 대구시민에게 남긴 것은 사실이다. 알려진 바로는 1차로 응모한 지원자들의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원인인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1차접수자들에게 실례도 그런 실례가 없다.과연 문화.예술인에게 중량감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아니면 사회적 지위가높아야만 중량감인가? 문화행정에 대한 새로운 안목과 비전은 중량감과 배치되는 개념인가? 그리고 설사 그 중량감이라는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해당 단체를 잘 이끌어갈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인가에 대해서도 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예술회관장 직책 높여야

개인적인 생각으로 훌륭한 관장을 모시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예술회관장 직책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전국의 대도시 가운데 광주광역시 같은 경우는 문화예술회관장의 직급이 3급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구는 별정직 4급에 해당한다. 물론 직급이 높다고 반드시 우수하고훌륭한 문화.예술을 시행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적어도 문화정책의 자율성 확보와 관의 불편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 대구시에서는 현재 대구시문화상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월중순 쯤 해당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대구시문화상이 잡음 없이 시상된 적은 거의 없다.상이라는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공정이라는 태생적(?)한계를 가진 편파의 산물이라는지적도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그야말로 절대적으로 공정한 상의 시상이란 애시 당초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상이란 어떤 상이건 수상자를 지켜보는 경쟁자나 주변인들의 수긍을 얻어야만 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가지 대구시문화상은 어떠했던가. 학연 지연에 따른 연고주의, 파벌싸움, 정실등의 잡음에서 자유로운 적이 한번도 없었다. 대구시문화상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이 사실은 이 상의 시상이 궁극적으로는 대구시의 문화예술수준을 향상시키고 이렇게 향상된 문화예술이 다시 시민들에게 되돌려져 시민들의 문화예술향수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문화상잡음 반성해야

업적이랄 것도 없는 관록이나 서열의식 연장자의식으로 혹은 돌려먹기식으로 매년 빠짐없이꼬박꼬박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이 돈을 아껴 가난한 공연단체나예술집단의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구문화예술을 위해 더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비효율적인 관습에 얽매여 불필요한 시 문화상을 시상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할 것 같다. 아니면 시민들이 수긍할 만한 적격의 인물에게 문화상이 시상될 수 있도록 보다 엄정하게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시상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인물이나 제도의 적격성여부가 지역문화를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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