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내년 예산안 분석

16년만에 적자로 편성된 내년 예산에 담긴 정부의 뜻은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되살리는데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세입기반의 약화 등으로들어올 돈은 턱없이 부족한데도 금융구조조정 지원, 실업자 대책 등 써야할 곳은 많은형편에서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해나가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내년의 조세수입은 내수침체 등으로 62조3천7백33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보다 겨우3조원 더 늘어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공기업 매각 등 세외수입을 최대한 늘린다해도13조5천억원이 세출에서 '펑크'가 나게 된다. 결국 이만큼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없다.

정부는 빚을 끌어다쓰는 적자예산인 만큼 '경제살리기'라는 내년 예산의 본뜻을 최대한살리기 위해 공공부문 등 감축할 곳은 과감히 줄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그동안성역으로 치부돼왔던 국방, 농어촌, 교육부문 등도 포함돼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한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더 과감한 감축노력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국방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할 경우 사업성 경비는 오히려 늘었다. 감축폭도 0.4%에 그친다.창군이래 처음 감축이라는 수사(修辭)와는 달리 내용은 빈약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공무원 인건비도 그렇다. 공무원 봉급수준이 일반 기업체 보다는 약하다고는 하지만 총액대비 4.5% 삭감은 아무래도 공공부문의 긴축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경기부양과 일자리 제공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대규모 사업비를 투입하는사회간접자본투자(SOC)에서도 수긍하기 힘든 구석이 눈에 띈다. 내년에 집중투자되는서해안 등 3개 고속도로중 유독 서해안고속도로를 1년 앞당겨 조기완공하도록 재원을배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조기 완공이 국가적으로 과연 얼마나시급한 과제인지, 또 조기완공으로 얻을 효과는 얼마나 더 큰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아울러 전주공항의 건설도 바로 이웃에 있는 청주공항의 실패사례에 비춰볼 때 타당성이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점 이외에 또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내년 예산이 우리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산을 짜면서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2%정도로 내다봤다.

정부의 이같은 예측이 빗나갈 경우 세수 역시 정부 전망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경우 국채발행을 더 늘리거나 계획된 투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침체상황으로 보아 투자를 줄일 수는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세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 부처의 반발을 무릅쓰고 예산을잘라내 경제살리기에 집중투입하기 위한 예산당국의 노력은 일단 평가할만하다. 미흡하긴하지만 국방, 농어촌, 교육예산을 손댔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예산 집행의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실질적인 의미도 아울러갖는다고 볼 수 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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