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학교폭력 더이상 안된다

교내(校內)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교육기관도 특별지도에힘을 쏟고 있다고 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있다. 한창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나이의 중고교학생들중에는 힘자랑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어느때부턴가 무력을 숭모(崇慕)하는 풍토마저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허약한 학생들이 완력을 가진 학생들의 눈치나 보고 용돈을뺏기고 얻어맞기도 하는 잘못된 교내풍습이 여전한 현실이 안타깝다.

이같은 학교폭력에 대해 민사상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학내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서울지법민사합의22부는 집단괴롭힘을당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학생과 그 가족이 가해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억5천만원의 배상금을 내도록 원고승소판결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해학생의 죄질이 나쁠 경우 구속기소, 소년원에 보내는 등의 형사처벌은 있었지만 민사상의 책임도 지게한 판결은 처음이며 획기적이다.

피해학생이 심장판막증을 앓고있어 체육시간이나 교련시간에 '열외(列外)'조치를 받는 것은 학생의 건강상태로 미뤄 당연한 일인데도 급우들은 '재수없는 친구'로 몰아 집단적으로 병을 앓는 학생을 1년간이나 괴롭혀온 것이다. 괴롭히는 수법도 아주 나빴다. 제도용 컴퍼스로 손등을 찍거나도시락에 침을 뱉기 예사였다. 폭행사실을 담임교사에게 알린 사실이 드러나자 화장실에 끌고 가뭇매질을 했다고 한다. 소장(訴狀)에 나타난 가해학생은 15명이나 된다. 남의 자식이라도 배움터인 신성한 학교에서 이처럼 비인간적 폭력에 시달렸다는 사실에 어느 부모라도 분노하지 않을 수없을 것이다.

피해학생가족은 가해 학생·학부모들 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도 함께 소송대상에 포함시켰는데 재판부는 서울시도 학교감독기관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담임교사도 가해학생을 훈계하는 이외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못해 폭력을 장기간 방치한 책임도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번 사법부의 판결로 학교폭력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학생보호의 일단계 책임이 교육당국에 있음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확인된 이상 보다 적극적인 학생지도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피해학생과 가족은 1년간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이민갔다고 한다.사소한 교내폭력도 용납될 수 없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조성돼,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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