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노라마 20세기 문화 (10)실존문학의 선구자 카프카

'실존주의자인가, 부조리주의자인가' 작가 카프카를 두고 사르트르와 카뮈는 이처럼 각기 다르게 인식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판결' '변신' '심판' '성' 불안한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 소외, 절망감등 인간 내면세계를 테마로한 소설들. 요절한 이 천재작가는 이 작품들로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가 됐다.1924년 그가 오스트리아 비엔나 결핵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았을때 체코나 독일 어디에서도 그를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대문학사에서 20세기의 장은 카프카로부터 시작될 만큼 '카프카'라는 이름은 20세기 문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카프카는 19세기말 다인종, 다언어로 민족갈등이 심했던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태인 가정의 6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그는 아들이 법률가나 사업가로 성공하기를 바랬다. 강하고 용감한 독일 부르조아에 대한 아버지의 집착이 끊임없이 아들에게 이를 강요했다.때문에 소음에 극도로 민감했던 조용한 채식주의자 카프카에게 있어 아버지라는 존재는 프라하라는 도시와 함께 일종의 지옥이었다.

카프카의 소설을 뒤덮고 있는 음울한 몽환적 세계는 바로 아버지와의 불화에서 비롯된 비틀린 반영이었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뜻대로 독일어 고교를 졸업하고 카를 페르디난트대학에서 법률을공부했다.

이 때문에 그는 죽을때까지 법률가와 소설가라는 두 직업을 병행한 이중생활을 지속했다. 법률가라는 직업은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들이 겪는 부조리하고 미로에 가득찬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열쇠로 작용한다.

카프카의 대표작들이 집중발표된 때는 대부분 1910년대다. '판결'(1912) '변신'(1912) '유형지에서'(1914) '시골의사'(1916)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1919)등과 미완성 원고인 '아메리카'(1912)와장편 '심판'(1914)이 쓰여진 것이 이 시점이다. 그의 소설에는 고독과 관계맺기에 대한 꺼림, 망명의식등이 강하게 묻어난다.

이는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들의 존재양식이자 카프카 자신의 삶이었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에는구체적인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 그저 'k'로 불리거나 아예 이름없이 시간적, 공간적 실존만을 막연히 부여받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카프카가 자신의 텍스트를 통해 말을 건 대상은 인간 일반이자 전세계의 모든 사람에 대해서이다.

카프카의 작품세계를 풀어가는데 있어 그의 여자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는 세번의 약혼을 모두 실패하고 독신으로 살았다. 펠리체 바우어, 그레테 브로흐, 율리 보리체크, 밀레나 옌스카, 도라 디아만트 등 그의 주변에는 많은 여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단편 '판결'과'변신', 장편 '심판' '성'등의 작품에서 카프카는 이들 여인들과의 사랑을 소설주인공의 애정관계로 치환시켜 드러낸다.

카프카자신의 나약한 성격, 확신의 결여, 죄의식 등이 자의식과 결혼사이에 걸림돌이 되곤했다.그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은 것들이 바로 아버지의 교육의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카프카에 있어 결혼은 몰라도 여자와 함께 사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었다.개인과 세계 사이의 해소될 수 없는 불화라는 주제에 자신의 문학적 삶을 소진했던 카프카. 1917년 9월 폐결핵 진단을 받은 그는 24년 6월 죽을때까지 여인들을 사랑하고 키에르케고르를 읽었으며 소설을 썼다.

1910년 5월부터 써온 그의 일기는 23년 6월무렵 더이상 계속되지 못하고 마감되고 만다. 죽음을앞둔 카프카가 절친했던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막스. 나의 마지막 부탁이네. 내가 남긴 모든 일기와 원고, 편지, 스케치 등을 태워주게. 아무도 읽지 못하도록..."〈徐琮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