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긴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길에 올랐던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귀국 후 처음으로 신간을 냈다.
솔제니친이 80회 생일을 맞아 낸 시사평론집은 '이 잔혹한 시대의 내 마지막 대화'(디자인 하우스 펴냄). 그는 20여년의 망명생활 후 조국 러시아에 돌아가 살면서 보고 느낀 현실을 특유의 문학적 필치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러시아 쇠락원인과 부활의 대안을 다각도로 파헤쳤다.
그는 '지은이의 말'에서 "러시아의 잔혹한 시대를 목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12년간 발생한심각하고도 새로운 총체적 위기에서 파생된 모든 문제들을 조명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면서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고 비장한 심정을 밝혔다.
광활한 러시아 대륙은 각 공화국의 독립과 분리선언으로 산산조각이 났고, 러시아권 내 지방자치정부들조차 민족분리선언 움직임을 진행시키고 있는 실정. 이런 상황에서 단일 민족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 신러시아는 민족의식도, 애국심도, 형제애도, 전통적 종교와 윤리관도 모두 고갈된 황무지가 돼버렸다.
솔제니친은 이런 기막힌 현실을 보며 "과연 러시아는 진정한 러시아로 존재할 수 있는가"고 묻고있다. 유일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의 뿌리 속에 구현된 단일러시아 민족과 국가 그리고 국민이 과연 새로 탄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솔제니친은 러시아 몰락의 주 원인으로 90년대 초의 비도덕적이고 반민족적인 민주주의 혁명개혁주체세력을 꼽고 있다. 그는 이들 러시아 국가 수뇌부가 구 소련을 파괴시킨 민중들의 민주주의승리를 기만하고 역사적 과오와 변절에 빠졌다고 무릎을 쳤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괴멸 직전의 공산주의 정치세력을 소생시켰고, 대규모 국가재산을 소수 권력자에 분배하면서 다수 민중의 물질적 토대는 완전히 파괴했다는 것.
솔제니친은 러시아가 1백50여개의 민족 전체를 모두 포용하려는 것은 헛된 망상이라고 규정하며자신이 범슬라브주의의 반대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범슬라브주의를 확고하게 반대한다.왜냐하면 이는 늘 아무런 힘도 없는 러시아를 부추겨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솔제니친은 러시아가 부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러시아의 혼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양심과 도덕, 종교의 부활이라고 말했다.
또 신러시아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국가정치구조의 대안은 과거 러시아 선조들이 이룩한 '지방자치회의'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18년 카프카즈에서 태어난 솔제니친은 '수용소 군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등으로 명성을날렸으며 7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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