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IMF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무렵에 즐겨 부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성탄예배 때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노래다. 1818년 오스트리아 니콜라스성당에 성탄예배를 보기 위해 신자들이 몰려들었는데 오르간이 고장났다.

이 성당의 요제프 모르 신부는 즉석에서 신의 은총이 담긴 자작시를 읊었고, 오르간 주자이던 프란츠 그루버가 기타 반주로 즉석 작곡해 예배 때 바로 부른 노래로 알려진다. 그루버는 성탄절본래의 취지를 돋보이게 한 이 노래 한 곡으로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랐으며,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고 있다.

그런데 널리 불리는 캐럴송 '루돌프 사슴코'는 미국의 백화점이 만든 노래다. 1939년 시카고의 한백화점이 광고 전단에 실어 인기를 얻은 시를 10년 뒤에 한 작곡가가 노래로 만들었다. 우여곡절끝에 오토리라는 가수가 취입, '징글벨'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함께 전세계에서 애창되고 있지만교회에서는 불리지 않는다.

성탄절 무렵이면 거리에 넘쳐나던 캐럴이 올해는 다소 뜸했다. 신나는 캐럴과 선물보따리, 사치한치장 등 들뜨고 낭비하는 분위기도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브'에는 일부 유명 나이트클럽, 호텔 카페 등에 젊은이들이 몰려 흥청거리고, 평소보다무려 4배의 객실료를 받는 바가지 상혼도 극성이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원래 취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데 있다. IMF 한파로 실직자·노숙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불우한 이웃들이 추위에 떠는 이즈음이다.

곳곳에서 훈훈한 미담들도 들려오지만, 크리스마스를 스트레스와 울분이나 풀며 들뜨는 날로 여기는 풍토는 이제 말끔히 씻겨져야 한다. 화해와 사랑, 나눔의 미덕이 오늘의 시련을 극복하는 지름길임도 다시 한번 되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