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려워서 더 빛난 IMF속 온정손길

느닷없이 닥친 실직. 배고픔보다 더한 좌절과 소외감.

IMF 1년.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였지만 한편에선 소리없는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함께 하는세상' 어려운 이웃과 고통을 나누려는 온정들이 또다른 '시민 운동'으로 자리잡은 것.실직으로 위기에 처한 가정을 돕기 위해 매일신문과 가정복지회가 지난 6월 10일부터 펼친 '기쁜날 이웃사랑' 캠페인이 '공동체 사랑 운동'으로 확실한 뿌리를 내렸다.

기쁜날 운동이 시작된 이후 이달 20일까지 6개월 동안 접수된 모금 총액은 모두 2억2천5백만원.현금으로만 1억5천만원이 접수됐으며 유아용품과 건강식품 등 5천4백여만원 상당의 현물이 기쁜날 창구에 쌓였다. 한통화당 1천원씩이 올라가는 700-7979 ARS 전화로도 1만6천4백명이 작은 정성을 보탰다.

이웃돕기 성금의 한몫을 해온 기업 후원금이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역사'를 이뤄 낸 셈.

여기에는 유치원생의 동심에서부터 70대 할아버지의 쌈짓돈까지 각종 사연이 듬뿍 담겨 있다. '굶주려본 사람만이 아픔을 알수 있다'며 공공근로사업에 참가한뒤 성금을 보내온 40대 실직자와'없지만 나누고 싶다'며 매달 쌀한말을 부쳐오는 50대 농부, 주부라고만 밝혀달라며 8백만원을 선뜻 보내온 30대 가정주부까지.

또 개업이나 생일날 '기쁨을 나누겠다'며 정성을 보탠 이들과 각종 행사에서 받은 시상금이나 회식비를 아껴온 직장인들까지 지역민들의 갖가지 숨은 사랑이 있었다.

이렇게 6개월 동안 '기쁜날 이웃사랑'에 성금을 보내온 수는 줄잡아 1만5천여명. 또 90개에 이르는 기업과 단체가 참가했으며 현재 1백여개 업소가 '사랑의 수익금 나누기'운동을 통해 매달 지속적으로 정성을 부쳐오고 있다.

한편 성금 집계에서는 빠졌지만 매일신문 지면을 통해 절박한 사연이 소개된 가정을 직접 찾아가온정을 나누거나 숨은 지원을 하는 독자들도 계속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지역민들의 이웃 사랑열기는 실의에 빠진 가정들을 살려내고 있다.

7월부터 현재까지 기쁜날 본부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내 1백가정이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 보조를 받고 있으며 수해 지역 주민등 1백18가정이 일시 후원 혜택을 입었다.

또 5백42 가정이 쌀과 의류 등 각종 생활용품을 지원 받았으며 2백여명의 결식 아동들에게는 급식비가 보내졌다. 기쁜날 이웃사랑 본부 정재호 국장은 "수혜 가정은 읍·면·동 사무소에 근무하는 복지 전담 공무원과 주변 이웃들의 추천을 받은뒤 실태 조사를 해 결정했다"며 "내년에는수혜 가구폭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혈병이나 소아암등 실직에 아픔에다 불치병을 더해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12가정은 완치때까지 무료 진료나 수술비 후원 혜택을 입었으며 이중 일부는 이미 완치 판정을 받고 정상적인활동을 꾸려나가고 있다.

"생활비 보조를 받는 것도 더할수 없이 도움이 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힘을 얻습니다" 기쁜날에 참가한 시민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한 40대 아주머니의 말처럼 성금에 담겨진 온정들이 쓰러진 이웃을 살려내고 있는 것. 어느때보다 고단하고 긴 한해. 하지만 모두의 가슴속엔 '나눔의 정'이 흠뻑 쌓였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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