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여직원 주변에서 얼씬거리지 않는게 상책이죠" "업무상 대화를 할때도 어디다 눈길을 줘야할 지 모르겠어요. 쳐다만봐도 성희롱이라니… 회사내 분위기가 한결 딱딱해지겠어요" "월급을 주면서 무릎에 앉혀요. 일하러 왔는데 너무 힘들고 억울해요. 사장의 못된 짓이 근절됐으면 좋겠어요"
'직장내 성희롱'이 올해 남녀 직장인의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직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기업체마다 직장내 성희롱이 개인 망신을 넘어선 회사 수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내 방침을 전달하자 성희롱 피해자들은 살맛났다고 환영하지만 대다수 선량한 직장인들을 너무 코너로 몰아넣는게 아니냐는 비토론도 무성하다.
"대한민국 남자 직장인들이 다 성희롱으로 잡혀들어갈 지경"이라는 남성 직장인들의 농담조 불만은 그만큼 여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성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방증이다.
덧붙여 감잡기·내숭떨기식 인간관계도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사내 연애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엄격해진 성희롱범으로 몰려 망신을 당하거나 성희롱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좋아하면 그뿐이나 싫어하면 성희롱"이라는 우스개도 돌지만 사내 연애하다가 깨졌을 경우 주변에서 연애한 것을 증명해주면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성폭력 피해 상담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성희롱을 거부했을때해고나 사직을 강요당하는 사례는 97년 216건에서 98년에는 304건으로 무려 40. 7%가 증가했다.대부분 직장 상사들은 해고위협 또는 감원을 암시하며 업무상 접대, 부당한 성적 요구를 하고 이를 거부했을때 업무태도 불량, 상사 불복종, 인간관계 불량 등의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사직을 강요당했다.
98년 한해동안 대구 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직장내 성폭력은 모두 72건. 이 가운데 강간 등을 제외한 '직장내 성희롱'은 14건에 이른다.
'빤히 쳐다보거나 회식 자리에서 술한잔 따라달라'는 비교적 경미한 성희롱은 접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가슴을 만지거나 월급을 주면서 어디로 놀러갈 것을 요구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야 상담을 접수하는 것으로 미루어 접수되지 않은 잠재적 성희롱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이 새로 부임해왔는데 시장에 같이 가자고 해서 나갔다가 여관에 끌려갔어요. 간신히 도망쳐 나오기는 했지만 회사내에서 소문이 다 퍼지고 애인까지 알게 돼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20대 여성 ㅎ씨(영업직)는 대구성폭력상담소(053-475-8084)에 호소했다.
그러나 ㅎ씨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법률에 명시된 직장내 성희롱 규정의 도움을 현실적으로 받기는 산넘어 산.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직장내 성희롱으로 호소했더니 회사도 어려운데 이런 걸로 말썽을 부리느냐며 오히려 책망하고 무마하려고 했다"는 ㅎ씨의 사례는 대부분 다른 성희롱 피해 여성들도마찬가지.
대구 성폭력상담소 장기순소장은 "대기업보다 직원이 몇명 되지 않는 영세기업에서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인이 사내에서 먼저 불리한 조치를 먼저 당하지 않도록 배려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경북권에서는 대구백화점이 사업주의 성희롱 예방의무와 관련, 여직원고충처리상담반(책임사원 권숙희·이경희)을 발빠르게 신설했으며, 이달중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구은행과 동아백화점도 성희롱 예방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경북 영천시 세왕금속에서도 성희롱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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