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감상적 애국심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대한항공이 잇단 사고를 내자 드디어 김대중 대통령까지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 오너 경영체제의 난맥상에 대해 질타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한항공은 사기업이긴 해도 그 업종의 특성상 공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항공운송사업은 한 나라의 서비스산업 전반의 수준과 그 안전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로서의 전문업종이기 때문에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냉정히 따져야 할 대목은 달리 있다. 곧 자유시장경제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사기업의 경영실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간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간섭의 범위도 당연히 문제로 삼을만 하다. 요컨대 아무리 한 나라의 '간판사업'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있는 범위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우선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직위상 그 파급효과도 엄청날 뿐더러 그런 간섭 자체가 이미 관계부처의 실무자급에서 다뤄야할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김대통령이 손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열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곧 그 열정의 밑바닥에는 '나라 망신'을 도맡아 시키고 있는 특정 기업체의 경영체제를 차제에 대대적으로 수술함으로써 온 국민이 안심하고 대한항공을 이용하도록 만들겠다는 순수한 동기가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열정을 받들 실무자들의 실천의지도 문제려니와 그것의 안전도가 의심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감상적 애국심'을 발휘하여 한사코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의식수준도 문제이다.

〈계명대 교수·소설가〉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유조선 출입을 전면 봉쇄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군 공항 이전과 취수원 이...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SK실트론은 구미에서 300㎜ ...
서울 광진경찰서가 유튜브 채널 '정배우'에 게시된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신고와 관련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 사과하며 일부 내용을 반박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